친교실

제목 신난다 ! 월드컵 승리. 2002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이겼죠? 참말 좋으네요.
그런데, 모두들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서 간과하는 것이 있군요.
앞으로 남은 경기를 위하여 딴지거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도 되겠죠?
짚고 넘어갈 건 짚어야죠. 왜냐면, 경기는 앞으로 또 남았으니까요.

코너 킥!
축구경기에서 그렇게 코너킥을 많이 얻는 일도 드문 일이에요.
무려 10 여개의(세어보다가 말았음) 코너킥을 단 한 골도 골인으로 완성시키지 못한 것은 꼭 따져볼 일이지요. 승리라는 결과가 모든 과실을 다 덮어주면 안돼요. 코너킥 받은 숫자중에 적어도 몇개는 성공시켰어야 해요(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골로 마침표를 찍지는 못하더라도 슛으로 연결은 했어야지요.
코너 킥을 슛으로 연결하지 못한 것은 마치 농구에서 리바운드 볼을 차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는데, 이거 신장 때문에 속수무책인가요?

역시 노장은 살아있습디다.
새파랗게 팔팔 뛰는 아이들 속에서 골인을 시킨 건 두 노장 선수들.

골인은 시키지 못했지만, 안정환의 슛은 가장 안정감있고 훌륭했어요. 다른 어느 선수도 그렇게 자신있는 슛을 하지 않더군요. 우린 BBC 중계를 봤는데 아나운서가 독일 사람인지 계속 안융환이라고 하대요.
그래서 우리끼리 웃었어요.
황선홍이나 홍명보를 H발음을 못하는 불란서에서는 어떻게 부를까 이렇게 저렇게 궁리해보며 얼마나 웃었던지....
사실은 그게 뭐그리 우스운 일도 아니지만, 여기 한번 적어볼께요.

선수들의 불란서식 발음.
황선홍..왕그쉰옹그
세명의 이씨성 선수..리..로트르리..트흐와지엠리.
그러다가는 또 이렇게, 리.. 다른리..세번째 리...
홍명보..옹그
설기원...쎄얼.
유상철..요오.
이건 원래 우리나라 발음을 아는 우리에게나 신기한 일이지, 사실 불란서 사람들에겐 하나도 신기할 게 없는 이름들이지요.

어제 미국 경기를 보니 얕잡아보던 미국도 만만치 않네요.
아메리칸 풋볼에만 열광하고 싸커(우리가 말하는 축구)엔 별 관심을 안보이던 미국이, 미국에서 월드컵이 개최됐던 걸 계기로 갑자기 축구에도 재미를 붙여 와락 덤벼들었죠. 그래도 이번 미국의 고민은 양쪽 날개가 좀 약하다는데.....

붉은 색이 온 나라를 다 뒤덮어 버린 모습을 보곤 아, 우리가 확실히 변하긴 변했구나,하고 느낍니다. <빨간 색>과 <붉은 색>은 서로 다른 색인지...
빨간 색에 섬뜩해하던 우리가, 진달래색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우리가, 이젠 거부감없이 전국토를 왼통 붉은 색으로 다 덮어버리네요.
그렇게, 그렇게 변화한 모습으로 남쪽 뿐 아니라 아예 북쪽 땅끝까지 다 한 색깔로 덮어버리는 날이 오면 좋겟어요. 같은 한 색깔로!

월드컵 16강에 아무 내기도 걸지 않은 나. 그래도 우리나라가 16강에 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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