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어른이 된다는 것은... 2002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정초부터 초상집에 쫓아다니느라고 바빴던 그이.
출장중인 유럽까지 또 다른 부고가 전파를 통해 전해졌다.
통화중에 내게도 전해진 소식.

그이;당숙어른께서 돌아가셨대요.
나 ;이제 돌아가실 때도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연세가 몇이시지?
그이;어머니랑 동갑이시지 아마.

이런 큰 실수를 하다니.
이제 돌아가실 때도 되지않았느냐는 소리를 다시 쓸어담을 수도 없고.....
당숙어른은 내가 시집와서부터 제일 어른이셨고 노인행세를 하셔서 연세가 많은 줄 알았었다.
그래도 노인의 연세에 '돌아가실 때'라는 말을 붙여선 안된다. 결코!
백수를 넘기시더라도 '만수무강하십시요'를 해야한다. 항상!

시어머님께서 아직 계시지만, 시아버님 항렬에서 마지막 남으신 당숙께서 돌아가셨으니 이제 아주버님과 그이가 제일 윗세대가 되었다.
아직 철부지인 우리 며느리들도 자연히 한등급 위로 올라가게되었다.
과연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시어머님께서 옆에 계시니 아직은 여쭤보 고, 미룰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주버님과 그이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모든 결정을 미룰 데가 없다. 직접 최종결정을 다 해야한다.
집안 일을 좌지우지하시듯 말씀하시는 당숙께 불평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많은 가족구성원들의 불평불만의 눈길과 목소리는 다 아주버님이나 그이에게 돌아가게된다.
그래도 형제가 있어 상의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이제 어른이 될 순서를 차곡이 밟아나가야겠다.
언젠가 시어머님께서 저세상으로 가신 후, 존경받는 집안의 어른으로 남기 위해 지금부터 어른되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잘 알기에.

지난 여름, 친정 숙부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는 마치 남편을 잃은 듯 새삼 허전해 하셨다.
시어머님께서도 남편의 항렬로 끝까지 남아계시던 분께서 돌아가셨으니 몹시 허전하실 것이다. 그분들의 시대는 그렇게 서서히 기울어가고있다.
달랑 혼자 남으신 시어머님. 모든 실권은 이미 아들 세대로 다 넘겨주고 가냘픈 육신, 여린 정신으로 몹시도 추워하시는 시어머님.
만수무강하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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