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치매에 걸린 영기 외할머니 2002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2년전에 영기 외할머니께서 치매로 몇년간 앓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젊어서 남편을 잃고 자식들 가르치느라고 혼자 고생을 많이 하시며 살았는데 노년에 치매에 걸려 보는이들을 참 안타깝게 했지요.
게다가 치매끼가 심해진 말년엔 다리까지 골절이 되어 집안에서 기어다니셨어요. 우리들은 모두 영기 외할머니를 딱하게 생각했답니다.
정말 불쌍하잖아요. 젊어서 외롭게 지내며 고생하셨는데 노년에 복도 없이 그렇게 되시다니.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그 딸이 하는 말은 우리들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었어요.
사실은 그 딸이 저의 사촌올케거든요.
자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것은 하나님이 어머니를 사랑해서랍니다.
다리골절이 된 것은 더욱 더 사랑해서랍니다.
저는 어리둥절했어요. 놀라운 말이잖아요. 어떻게 그런말을 할 수가?
치매에 걸리신 후로는 늘 행복해하셨대요. 모든 가족들을 다 괴로움에 속태우게 하시면서도 본인 자신은 전혀 속상해하지 않았다는군요.
잡술 것 해다드리면 좋아하시고, 사람들이 안아주면 좋아하시고, 이제는 하나두 외롭지 않다고 하며 행복해하셨대요.
어린아이를 보살피듯이 누군가가 붙어있어서 보살펴드려야하는 입장이 되어서야 행복해지시다니, 그 병이 들기 전에 그런 행복을 맛보시게 해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지요.
그리고, 다리 골절 때문에 마음대로 걸어다니지 못하셔서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은 셈이 되었다는군요. 골절이 되기 전에는 아무데나 나가시고 위험한 일 저지르시고 그랬는데 골절이 된 후에는 안전했다구요.
모두가 다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올케언니는 그런 상황을 하나님이 자기 어머니께 내린 마지막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하던 손자의 과자를 뺏어먹으며 맛있다고 천진하게 웃던 어머니의 치매끼를 그 딸은 하나님의 사랑이었다고 말하고 있답니다.
아들이나 사위나 손자나 남자면 다 남편인줄 아는 할머니, 어린애의 과자도 뺏어먹으며 맛있다고 하는 할머니, 그 할머니는 언제나 옆에 남편(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맛있는 과자가 있어서 행복했답니다. 영원한 안식을 취하러 가시기 직전, 세상에서 한평생 누려보지 못한 행복을 그렇게나마 누리고 가셨답니다.

슬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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