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바지 단 늘리기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우리 애들이 쑥쑥 크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묵은 옷을 꺼내입으면 바지가 약간 짧아보인다.
며칠 동안 두 아이들의 바지 6개를 모두 수선했다.
단을 뜯어서 딴 단을 대서 늘린 것이다.
단을 다시 접어서 바느질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천의 테이프를 잇은 다음에 단을 손바느질로 박음질 하자니 제법 공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늘어난 길이는 약 3센티미터 정도.

겨울 옷이라 두꺼운 천이니 손박음질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마냥 좋기만 하였다.
목사님께서 "직업병" 중증이신 모양인데, 나도 주부 전문직에 꽤나 심한 직업병을 가지고 있나보다. 그런걸 절대로 세탁소에 맡기지 못한다.
아이들 바지 늘려주는 일이 마냥 그저 고맙고 감사하고 기쁘고 즐거우니 말이다.
애들이 어렸을 때 폭이 좁은 7단짜리 서랍장이 있었다.
아이들 손닿는 높이의 서랍을 배정해주었었다.
어느 날, 막내 여준이가 제법 자라서 서랍을 아래서 한 칸씩 올려서 옮겨주며 얼마나 가슴이 뿌듯했었던지! 바닥 쪽에 있는 서랍은 쭈그리고 앉아서 정리하기가 불편하니 내가 쓰고 아이들은 선채로 여닫을 수 있는 높이의 것을 주었었다.
그런데 키가 자라서 그 서랍을 한칸씩 더 올려준 것이다.
"우리 애기들 서랍 더 높여줘야겠네."하며 서랍을 바꾸니 아이들도 옆에서 바라보며 좋아하던 모습이 다시 눈에 선하다.

이제 스무살이 넘은 아들들.
바지단을 딴단대서 늘려 그 자국이 선명하고 보기 흉한데도 아무말 않고 선뜻 입고 나선다. 내가 괜히 선수치며 "얘, 그래도 짧은 것보다는 낫지? 자꾸 빨다보면 자국이 좀 덜 나게 될거야." 하며 애들이 뭐라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데, 오히려 애들은 이게 어때서 그러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런 애들이 어쩜 그리도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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