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나는 어떻게 보입니까?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1.
내가 나를 보는 모습과 타인이 나를 보는 모습은 같을 수가 없어요.
나의 실체를 보는 사람은 타인이지 나 자신이 아니에요.

나는 나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모습은 타인이 나를 마주하고 보는 모습과는 다르지요.
나와 타인이 마주할 땐 그의 오른손 편에 나의 왼쪽 모습이 있어요.
그러나, 내가 거울 속의 나를 볼 땐, 나의 오른손 편에 나의 오른손이 그대로 보이거든요.
대칭의 양쪽이 아무리 똑같다해도, 타인이 보는 나의 얼굴과 내가 보는 거울 속 나의 얼굴은 다를 거에요.
인화된 사진을 보면 늘 거울 속에서 보던 나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요. 낯선 내모습을 사진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돼요.
그러나, 타인이 나를 볼 때는, 내가 사진으로 보는 내 모습을 보는 거겠지요.

사람들은 사진의 내 모습을 함께 보면서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데, 나는 사진의 내 모습이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오른쪽과 왼쪽이 바뀐 모습이 어디라고 지적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조금이라도 다르기 때문일 거에요.

2.
내가 듣는 내목소리와 타인이 듣는 내목소리는 다르답니다.
타인이 듣는 내목소리는 내가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것과 똑같대요.
녹음된 내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다른 사람들은 어색해하지 않는데, 나는 녹음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내 목소리에 어색해합니다.
평소에 소리낼 때마다 듣던 내소리와는 약간 다르니까요.

3.
어제 전화를 하는 중에 전화기에서 내가 한 말이 계속 메아리로 되돌아왔어요.
평소에 듣던 내 소리와는 다른 나의 말소리.
기계를 통해 듣는 나의 말소리가 평소에 남들이 듣는 나의 소리겠지요.
통화를 하는 중에 나는 계속, '아, 저이에게 들리는 내 소리가 바로 이렇구나'하고 생각했답니다.

당신에게 내 소리는 그렇게 들리는구나!
기계를 통해 듣는 나의 소리처럼.
당신에게 내 모습은 그렇게 보이는구나!
사진을 통해 보는 나의 모습처럼.

4.
느낌도 다를 거에요.
내가 느끼는 나와, 타인이 느끼는 나.
내가 스스로 하는 나의 평가와, 타인이 평가하는 나.
모습처럼 소리처럼, 나의 행동도 그렇게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과 타인이 나를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면,
'제 삼의 반사경'을 통해보는 나의 행동이, 평소에 타인이 나를 보는 내 행동모습이겠지요.
행동을 비춰볼 수 있는 '제 삼의 반사경'은 무엇일까요?
거울도 녹음기도 아닌 또 다른 나의 반사매체는.......
나의 가족이거나, 나의 이웃이거나, 내가 속한 사회거나, 내가 속한 자연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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