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버리는 연습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박범희
역사교실을 너무 오래 휴강하여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바쁜 일 하나를 마무리 짓는 대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난 주 목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난 것이 한두가지 있어 글을 써봅니다.
말씀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이 제대로 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어요. 움켜쥐기에만 정신이 없는 저이기에 그 말씀이 제 가슴에 와 박혔나봅니다.

요즘 우리 딸들, 아들은 뭔가 좋은 것이 있으면 가방에 주섬주섬 챙겨 넣어요. 왜 그러니? 하고 물으면, 우리 선생님 갖다 드릴라고요 라고 대답하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옛일이 떠올랐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이화여고 근무할 때, 참 많은 여학생들이 제게 선물 갖다 주었지요. 그때는 그것이 귀해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건방졌던 거지요. 그들은 그들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저에게 주었는데 저는 그렇게 여기질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며 웃었어요.
'영실엄마, 내가 이전에 받았던 것들이 이제 하나하나 다시 나갈려나 보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그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선물할 줄 아는 마음은 참 소중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우리 목사님이 한 이야기 중에 이런 것도 있었지요.
일요일이었대요. 아들과 딸, 그들이 어릴 때였대요. 백원짜리 두 개를 주면서, 하나는 하나님께 드리고(그러니까 헌금하라는 말이지요), 하나는 사탕 사먹거라 하셨데요.
아들이 좋아서 동전 두개를 번갈아 하늘로 던지며 길을 걸었대요.
그런데 이게 뭐야, 하나를 그만 놓친겁니다.
그것이 또르르륵 굴러서 자기가 도저히 집을 수 없는 시궁창 속으로 빠져버린거지요. 그때 아들이 한다는 말이 이랬다나요?
'하나님 아버지 참 안됐군요. 하나님께 드릴 동전이 저기에 박혔군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들은지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제가 제대로 기억했는지 모르겠네요. 여하간 참 재미있게 들은 이야기라 가끔씩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은 자기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버릴 줄 아는 마음이기도 하지요.
버려야 하는데 잘 안됩니다. 이것도 많은 연습이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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