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늘 그리운 청파 가족 여러분! ⓒⓗⓤⓝⓖⓟⓐ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오유경
늘 그리운 청파 가족 여러분!
그동안 목사님과 전도사님, 모든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지요? 교우님 한 분 한 분이 제 마 음 속에 떠오를 때마다 잔잔한 웃음이 피어오르며 저 혼자 이 얘기 저 얘기 속삭여 봅니다.
소식이 너무 늦었지요? 왜 늦었느냐구요? 글쎄요. 소식이나 안부 전하기를 좋아하는 제가 생각해 보아도 이상하네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움이 너무 크면 그리움을 즐기고 싶거나 안으로 삭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번 그리움을 터트려 버리면 그리움이 줄어 들거나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것 같기 때문.
-제 마음이 그곳에 있고 매일 청파 교회를 생각하니까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교회를 위해 기도하게 되니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안든다. 기도하는 가운데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나기 때문.
-하나님께 주파수를 맞추려고 애쓰다 보니 (이건 희망 사항)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디사나 사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
-이것이 맞는 이유인 것 같은데 아직도 편지 쓰기에 익숙하고 컴퓨터를 낯설어 하는 사람이 즉시로 날아가는 홈페이지를 나두고 교회 주소로 편지 보내기가 멋쩍었기 때문.
쓰고 보니 모두 변명이지요. 어찌하든 홈페이지로 하나님과 교우님들을 만나 뵙게되어 무지 감사하답니다. 지난 주에야 컴퓨터 낯가림이 조금 없어졌는데 지난 주엔 예수 어록 강의를 읽고 새기며 참여하신 모든 분들의 마음이 전달되며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실린 좋은 말씀과 글들을 두고 두고 묵상할 생각을 하니 침이 꼴깍 넘어가며 입 맛이 다셔지는 것 있죠?


이곳에 오니 제가 청파교회에서 한번도 말을 나눠 보지 못한 교우님들 얼굴까지도 생각나며 보고 싶은거 있죠? 그러니 3여선교회 여러분들은 어떻겠어요? 특히 제가 잠깐 맛 본 고린도 속 식구들, 푸근하고 구수하셨던 권사님들의 대화가 그립습니다.
텐트만 치면 생활할 수 있는 아름답고 시설 좋은 캠프장이 널려 있는 이 곳에서 청파교회 수련회를 할 날이 있을까 하는 공상(?)도 해봅니다.
제가 사는 이 동네는 수풀과 큰 나무가 무척 많거든요. 큰 나무들을 바라 볼 때마다 하나님이 가까이 느껴진답니다. 자연은 우리의 마음을 순화시키지요. 처음 두 달 동안은 짐이 도착하지 않아 종이 박스를 펴 놓고 코펠에 밥을 해 먹었거든요. 살림살이가 없는 것이 별로 불편하지 않고 도리어 단촐하고 자유스럽더라구요. 자연과 벗하며 `무소유` 의 삶을 사신다는 법정 스님이 떠오르며 은근히 짐이 더 늦게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곳에서 저희 가족이 다니는 교회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로고스 한인 장로 교회예요. 대부분 멀리서 다니시는데 저희 집이 가장 가깝답니다. 어른 성도 60여명, 아이들 30여명 모이는 아직은 연약한 교회예요. 장미란 집사님께서 청파 문집 7호에 쓰셨던 것처럼 많은 미국의 한인 교회가 교회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매우 가슴 아파요. 어제 어느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미국의 한인 교회는 열심은 있지만 뭔가 잘못 되었다. 주일날 딱 한 번 모이는 미국 교회에 비해 새벽 기도며 저녁 집회, 부흥회도 많지만 실제 교인들의 삶은 미국 교회 교인들의 삶보다 보편적으로 양심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거예요. 요즈음 미국교회도 테러 사건 이후로 동네 교회마다 조용히 기도회로 모이는 일이 많아 졌어요. 모두 회개하는 축복이 임하길 기도드려요. 한국에서 교회를 안다니던 사람도 미국에 오면 거의 교회를 다닌다던데 정말 한인 교회가 바로 서길 간절히 원한답니다.
상현이와 재현이는 학교에 잘 다니고 친구들도 사귀며 잘 적응하고 있어요. 이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착하고 순진한 것 같아요. 한국의 또래 아이들에 비해 어리게 느껴지지요. 제 생각엔 늘 자연과 접하고 동물들과 어울리며 경쟁심과 어려움 없이 자라서 그런 것 같아요.학교에서도 규칙을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것을 우선으로 가르치고 공부로 비교하지 않으며 작은 일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교사들의 태도가 제 자신을 돌아보게 했어요. 영어로 중학교 과겅을 따라가려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며 최선을 다해 보도록 도우려는데 사실 저도 힘이 들 때가 있네요.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 상현이 아빠랑 지리를 익힐겸 차로 한 두 시간 거리를 이곳 저곳 가 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상현 아빠가 운전대를 붙잡고 씩씩한 목소리로 `하나님, 이 땅을 저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주인이신 이땅에서 주인 정신을 갖고 열심히 살겠습니다.`하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그 순간 깜짝 놀랐어요. 저는 그때까지 남의 나라에 얹혀 사는 생각이 들었고 영어를 못하니 괜히 주눅이 들곤 했는데...... 모든 민족을 품고 계시는 크신 하나님이 느껴지면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모두가 하나구나. 한 하나님 앞에서 청지기로서의 주인 정신? 깨달음이 오더라구요. 그 뒤론 어렵게만 느껴지던 이웃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며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저는 요즈음 상현이 아빠가 일을 정리하러 다시 한국에 들어간 뒤 아주 조용한 시간을 보냅답니다. 물론 교우도 만나 놀기도 하고 심방을 가서 예배도 드리고 가까운 곳에 사는 형제들도 만나지만 상현이, 재현이가 7시10분에 스쿨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서 스포츠 특별 활동까지 하고 4시 10분에 올 때 까지 혼자 있는 날도 많거든요. 내면의 질서가 조그씩 잡혀 가는 좋은 시간이였어요. 아침에 1시간 가량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걷기도 하는데 요즈음은 늘 김목사님께서 본을 보여 주신 `일상의 성화`에 대해 생각하며 저의 삶을 꼽씹어 봅니다.
지금 그곳은 주일 새벽 5시군요 언제나 어디서나 크리스챤이라는 교회표어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만나 뵙는 날까지 모두 샬롬!
뉴저지에서 오유경 올림

추신: 청파 문집에 지선미 집사님이 쓰신 지난번 3여선교회에 연극 예배에 대한 글 참 잘 읽었어요. 연극보다 더 감동적이네요. 미국으로 연극 순회 공연 안 오나요? 뭐? 먼저 지방공연이 밀렸다구요. 미국에 공연 오시려고 계를 하고 있다구요? 밥과 잠자리는 저희가 해결해 드릴께요. 대본만 미리 주시면 이곳 청파 여선교회 지부에서도 찬조 출연 할께요.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