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숫자 <89>와의 인연.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나는 인터넷의 한 여행동호회 회원이다. 싸이트 안에서의 그 동호회 번호는 896.

문득 우리 아지트를 열면 뜨는 번호 896이 내 눈에 크게 들어왔다.
<89>라는 숫자가 이미 내게 오랜 시간동안 익숙해졌기 때문이리라.

서울 올림픽이 있던 88년 12월부터 우리는 방이동 89번지에서 살다가 1999년도에 이사를 했다.
물론 그 기간동안 나와 아이들은 독일 에르딩이라는 곳으로 옮겨서 살았지만, 우리집은 그대로 방이동 89번지에 있었다.
독일로 갈 때는 독일 친구가 우리가 살 집을 미리 얻어두었었는데, 처음 그 집에 도착한 나는 집 앞에서 깜짝 놀랐다. 그 집 주소가 서울집과 똑같은 89번지였기 때문이다.
신기한 우연이었다. 나라도 동네도 다 바뀌었지만 집 주소는 그대로 89번지에서 살게 되었던 것이다.

이 숫자와 맺은 또 하나의 인연은, 우리 친정아버님 산소가 89번이다.
내 나이만큼의 세월 이전에 고인이 되신 아버님께서 공원묘지 89번에 잠들어 계시고 나는 89번지라는 주소의 집에 살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서울집의 89번지도, 에르딩 집의 89번지도 모두 떠났다.
움직일 수 없는 아버지만 그대로 89번지를 지키고 계신다.

늘 보아왔던 우리 아지트 번호 896, 그 숫자의 앞머리 89라는 숫자가 유난히 눈에 띠게 들어온 오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음인가?
다 떠나온 자리,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지키고있는 자리, 그렇게 지나간 자리에 마음을 매어두고 있음은 웬일일까......

그런데 89라는 숫자와의 인연이 아주 끊어진 것은 아니다.
런던집의 전화번호에 그 숫자는 다시 끼어든 것이다.
런던집 전화번호의 마지막 두 자리가 89이다. 0000-000-3689.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