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나와 함께 거울을 닦을 사람?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입에 올리기도, 글로 쓰기도 쑥스럽지만, 우리 교인들이 교회내의 봉사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몇자 적는다.

얼마전 지하 친교실에서 나는 나에게 다가오며 아주 반갑게 부르는 한 아이를 만났다. 중등부의 진솔이었다.
제나이의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듬직한 진솔이가 아주 작은 아이처럼 천진한 표정으로 입이 찢어질듯 싱글벙글하며 들려준 이야기는 제가 학교에서 영어시험을 제일 잘봤다는 이야기, 영어를 잘한다는 이야기였다.
가르쳐줬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정도지만, 그래도 몇시간이나마 영어를 가르쳐준 나에게 고마워하는 진솔이, 오히려 내가 그에게 고맙다.
진솔이의 동생도 나에게 제 형이 영어를 아주 잘한다고 자랑을 한다. 그깟 영어 몇시간 가르쳐줬을 뿐인 내게 이렇게 큰 기쁨을 돌려주다니!!!
진솔이가 얻은 성취감보다도 훨씬 큰 성취감가 감사함이 내 마음에 충만한 순간이었다.

실제로 나의 영어실력은 중학생 정도의 수준이다. 내가 영어를 잘해서 가르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싶었기 때문에 나만큼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내가 아는 것 조금, 아주 작은 지식이나마 그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그 결과, 내가 내어놓은 것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의 선물보따리가 내게 돌아오는 것을 체험하게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
받은 달란트가 아주 보잘것없는 듯 작아보이는 사람이라도, 그만큼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아주 조금 나누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달란트가 그리 큰것같지도 않은 사람이 작으면 작은대로 성심성의껏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은, 그이보다 조금 더 큰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작은 달란트를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줄 것이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는 것은 내게 큰 고역이다. 그러나 선채로 하는 일은 할 수 있다. 어떤이는 쪼그리고 앉는 것은 괜찮지만 서있기는 힘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 그런 사람은 나와 짝을 짓자. 우리의 전신이 다 비치는 큰 거울을 나는 서서 윗부분을 그 사람은 앉아서 아랫부분을 닦자.
거울닦기가 다 끝난 후 우리 둘은 반짝이는 맑은 거울 속에서 아름다운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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