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나도 봤어요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김기석
오늘 새벽 나도 초롱초롱한 별 무리를 보았습니다.
마치 어린왕자가 자기 별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집 현관문을 열면서 저는 습관적으로 하늘을 봅니다.
날씨를 가늠하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다가 가끔 별하늘을 만날 때가 있어요.
오늘 같은 날이 그랬어요.
풀벌레들이 은밀하게 주고받는 농익은 대화가 음악처럼 들리고,
감나무 잎 사이로 점점이 떠있는 별들이 정겨웠습니다.

주변에 있는 집들마다 아직 깊은 잠에 들어있는 시간,
별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 광경을 바라보노라면
잠들어 있는 식구들을 다 깨워서 함께 숨죽인 채 하늘만 바라보고 싶어요.
정진규 시인은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라는 시집을 냈는데,
밝음이 고마운 것은 어둠을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일 거예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눈동자가 검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지 않아요?

오늘도 어둠 속을 걷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가을이 바람과 함께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무르익으시기를 빌께요.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