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고개 들기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gyber
저는 가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데, '쓰잘데기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고, '(하늘의) 별(을 쳐다)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서로 상통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은 공해 때문일 수도 있고, 밤에도 환하게 밝힌 전등 때문일 수도 있고, 고층 빌딩에 가려서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복합되어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요. 바로 윗 글을 쓰신 분처럼 말이예요.

저는 시골에 살고 있습니다. 건물이라야 거의 2층짜리죠. 가로등도 거의 없고요. 그런데도 별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매일 밤 늦게 집에 가지만, 자동차 전조등이 비추어 주는 바로 앞 도로 위, 또는 신호등만 겨우 보고 가죠. 차를 세우고 나와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별이 보일텐데, 매일 매일 그저 앞만 뚫어지게 보면서 다니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당장 눈 앞에 있는 것들에 매여서 정신없이 살아 갑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바쁘다 바빠'를 외치죠. 어찌 보면, 당장 눈 앞에 띄는 것을 좆아 가기 때문에 항상 바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멀리 보이는 해와 달과 별을 보면서 길을 걷다 보면 아무리 걸어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봅니다. 옛사람들이 북극성을 바라보며 좌표를 잡아 움직이던 것처럼, 멀리 그리고 머리 위에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살아 간다면, 좀 여유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요?

한치 앞만 보지 말고, 위를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물론 위에는 별 만 있는 것이 아니죠. 별 보다 더 위에 계신 그 분을 따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 밤에는 잠시 차를 세우고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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