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오 노 (Oh No!!!)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권혁순
서울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휙하고 지나갔습니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둘째 아이인 용민이를 바라보면 참 놀랍기만 합니다. 두 돌을 겨우 지난 아이가 말을 곧잘 합니다. 장난도 잘 치고요. 하영이 엄마가 저에게 '하영이 아빠'라는 호칭을 사용하자 좀 시기심이 발동했는지 저에게 달려와서는 '용민이 아빠'라고 부르더군요. 오랫동안 보지 못했음에도 아빠는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신통합니다.

용민이가 잘 사용하는 단어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나도'입니다. 영어로 하자면, 'me too'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누나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따라서 하려고 합니다. 텔리비젼에서 먹는 모습이 나와도 '나도 나도' 하면서 먹겠다고 하죠.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영어 단어입니다. 'Oh, No'. 미국 물을 좀 먹었던 지 누나가 한 번 사용한 말인데 좀 재미 있었는지 자주, 그리고 적절한 때 잘 사용합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으면 소리치죠. '오 노'. 그리고 지가 하기 싫을 때도 '오 노' 합니다.

아닌 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소리 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 아이는 진정 용기 있는 사람으로 크게 될까 생각해 봅니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죠. 아직은 어리기에 '오 노' 하고 소리치는 것일수도 있죠. 나의 생활에서 '노'라는 소리를 자신 있게 내지 못 한 때가 많음을 봅니다. 이 아이는 '노'라는 소리를 해야할 때 '노'라는 소리를 할 수 있도록 키울 수 있을까요?

'불가불가(不可不可)'라는 소리를 내는 회색인 만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서 '오 노' 이 소리를 적절한 때 내는 그런 사람, 참 귀한 사람이지요. 예수님은 그렇게 사셨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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