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믿음...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손성현
며칠 전, 생후 1개월 된 아들 민호를 데리고
순천향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태어난 후 2주면 없어져야 한다는 황달기가
좀더 심해지는 것 같아 부랴부랴 보건소에 들렸다가
보건소 직원의 말을 듣고 또 종합병원으로 갔던 겁니다.
두어 시간 기다려 담당 의사를 만났더니
현란한 전문 용어로 잔뜩 겁을 주면서
이런 저런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진료를 끝내더군요.
결국 서너 시간 더 기다려 피말리는 검사를 다 받고 났더니
"별다른 이상은 없군요!"라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습니다.
별 이상 없다는 그 말을 듣기 위해 걸린 시간이며
그 초조함이며, 그리고 저의 월급의 1/5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들였습니다.
대전에 계시는 제 어머님께서 그 사실을 듣고서 말씀하십니다.
"너는 전도사라는 녀석이 왜 그렇게 믿음이 없냐!"
첫 아기와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 되지 않건만
어머니에게서 벌써 이 말을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계속해서 오시지 않습니다.
마을 분들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시는 정목사님 밭에
퇴근 후 한 번 일하러 갔습니다.
물통을 경운기에 싣고 한 10분을 옮겨와서
푸석푸석 메마른 땅에 부지런히 물을 대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물기는 희미해지고
애처로운 흔적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정말 야속하게도 비가 안오는 군요. 화가 나네요.
어제도...어두컴컴해질 때까지 논밭을 뛰어다니며
일하고 오신 목사님. 저의 말을 이렇게 받습니다.
"비 안온다고 화내면 믿음 없는 사람이지~"
계속되는 가뭄으로 가장 속이 타들어갈 농부 중의 농부인
목사님의 그 말이 그대로 귓전을 타고 가슴 속에 박혀버렸습니다.

본회퍼 목사에게 어느 동료가 자신은 "순교자"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본회퍼 그 양반 이렇게 말했다죠.
자기는 그보다 "믿음"이 도대체 뭔지 알고 싶다고...

감히 저도 정말 알고 싶습니다. "믿음"이 뭔지...
어떤 분이 그러셨는데. 믿음은 "밑+힘"이라고...
그 말도 참 좋은 암시인 것 같습니다.

2001. 6. 8.
천안에서 손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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