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하여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박범희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한국과 일본간의 외교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였고 때마침 원고청탁이 들어와서 두 편의 글을 썼습니다. 약간 중복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하나는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커다란 문제가 있지만 우리의 역사교과서도 문제가 있다는 논조의 글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역사교과서 사건의 전말과 그렇다면 우리의 역사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에 촛점을 맞춘 글입니다.
교우 여러분과 함께 생각하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우리 국사교과서는 어떠한가?

요즈음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가 한일간의 외교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이 무엇이고, 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문제를 접하면서 '우리의 역사교과서는 어떠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역사교과서의 무미건조함과 단편적인 사실 나열에 대해서는, 우리가 가장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근현대사 부분도 예외는 아니다. 한 가지 예로 종군 위안부에 대한 서술을 들어보겠다. 1986년에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이라는 소항목에 '여자들까지 침략 전쟁의 희생물로 삼기도 하였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1997년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민족말살 통치>라는 소항목에 '여자들까지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가 일본군의 위안부로 희생되기도 하였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조금 구체화되었을 뿐이고 어느 경우에나 종군 위안부에 대한 그 흔한 사진 한 장 실려있지 않았다.
반면에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경우 2000년도에 발행된 교육출판사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물론 이번 검정 신청에서는 삭제되긴 하였지만-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다.
'1994년 현재, 위의 사진의 종군위안부 외에 강제연행·강제노동을 강제받은 사람들이 20여건의 전후보상을 요구한는 재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에 대한 설명)보상을 요구하는 한국의 종군위안부와 이를 지원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2000년도 공급본)
역사 교과서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리 나라 역사를 접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아닌가? 그렇다면 좀 더 친절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앞서 예로 든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자료로 싣고 그들의 과거 사진과 현재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싸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교과서에 싣는 것이 학생들이 그 시대를 이해하고 그 시대의 현재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일본 교과서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와 민중들의 비판은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왜곡된 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내정간섭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평화로운 관계를 지속시키려면 과거에 대한 반성이 필수적이며, 또 그것은 교육을 통하여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도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통해 본 한 일의 올바른 역사교육 방향

1.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일본의 중학교에서 2002년 4월부터 쓰게 될 역사교과서 문제가 한 일간의 외교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그 문제란 크게 말하자면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현재 검정을 받고 있는 7종류 교과서의 내용이 개악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종군위안부에 대한 서술이 지난 번 교과서에는 다 실렸는데, 이번에는 검정을 받는 7종의 교과서 중 2군데만 위안부에 대한 서술을 실었을 뿐 다른 곳은 싣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에서는 '모임'이라 함)에서 교과서를 만들고 검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쟁 후 일본의 역사 교육은 일본인이 계승해야 할 문화와 전통을 잇지 못하고 긍지를 잃게 하고 있다"면서 역사왜곡의 필요성을 은근히 역설한다. 또한 " 자학적 경향은 냉전 종결 후에 한층 더 강해지면서 현행 역사 교과서가 한국, 중국 등 옛 적대국의 선전을 그대로 사실로서 기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임'이 노리는 것은 지금의 세계 정세 속에서 일본을 방위 할 수 있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법률적으로는 통과되었다. 그러나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것을 위해 히노마루(일본 국기),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법률로 정해 의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꼭 하도록 하였고, 또 교과서를 개악해서 국민의 역사인식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즉 일본은 군국주의로의 길을 한발 한발 걸어나가고 있고, 그 과정에 교과서 문제가 놓여있다는 말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이러한데 우리의 역사 교과서는 어떠할까?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근대사 부분만 본 느낌은 일제의 침략 부분이 너무나 간단히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정재정 교수는 "지금의 국사 교과서는 역사의 주체를 한국 민족에게서 구하기 때문에 한국의 민족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중시한다. 그리하여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노골적으로 묘사했던 서술은 많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역사교과서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교과서를 통해서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 역사교과서는 너무나도 사실 나열적이고 무미건조하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역사교과서의 종군위안부 부분도 우리 국사 교과서에는 단 두 줄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여자들까지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가 일본군의 위안부로 희생되기도 하였다.') 좀 더 친절할 수는 없을까? 앞서 예를 든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자료로 싣고 그들의 과거 사진과 현재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싸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교과서에 싣는 것이 학생들이 그 시대를 이해하고 그 시대의 현재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2.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하여 분노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 다음엔? 시정을 아무리 권고해도 시정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우리의 힘을 키워야지. 그래서 힘이 커지면? 말을 들어먹도록 조치를 취해야지. 이현세의 '남벌'과 같이.
우리도 군국주의로 가자는 것인가? 그것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 우리가 분노하고 비판하는 이유는 진정한 화해와 공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화해와 공존의 기초는 가해자인 일본의 반성과 사죄이다. 이번의 사건도 일본 내부의 진보적 지식인 집단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한국 민중과 일본 민중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수천 년동안 이웃으로 살아왔다. 항상 싸움만 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니다. 조선통신사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 200여년 간의 평화로운 시기도 있었다. 이와 같이 서로 사이가 좋았던 역사를 공유하면서 한 일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야말로 앞으로 한 일 양국의 역사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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