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가시고기(퍼온 글)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g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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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빠는 멍텅구리 아빠입니다.

지금도 밖에서 비를 맞고 있습니다.
내겐 비오는 날에 창문도 못열게 하면서...
왜냐고 이유를 물으면
"아빤 어른이고 다움이는

꼬마이기 때문이지..."
저는 많이 아픕니다...
선생님이 백혈병이래요...
감기로도 죽을 수 있다고 하죠...
그래서 아빤 절대 비오는 날엔

창문도 못열게 하죠...

아이가 또 재발했다.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병원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오고 있지만...
밖에 있고 싶었다...

1년 반째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더욱더 힘든건
이제 더이상 아이의 치료비가 없는
빈털털이 아빠가 되었다는 거다...



오늘도 전 방사선 치료를 받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너무 싫습니다.
어두운 관 속 같은 곳에
나 혼자 있어야 하니요.
밖에서는 많이 아프지만

아빠가 제 손을 꼭 잡아 주거든요.
하지만 오늘 치료는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전 벙어리가 됐죠.
어찌된 일인지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앞을 볼 수도 없어요...

괜찮아 질꺼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그래서 걱정은 없습니다.
아빠는 한번도 내게 거짓말한 적이
없으니까요.

"선생님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나요..."

타들어간 입술로 아이가 말했다.


"이젠 그만 아팠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말이 사무치도록 가슴아팠다.


아이대신 아파해줄 수 있다면...

아이를 위해 그 무엇이라도
대신할 수 있었으면...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다...
그게... 참 견디기 힘들다...

아이가 치료가 견디기 어려웠는지

시력을 잃었다... 말도 하지못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서 다행이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빠가 이제 제가 다 나아서
퇴원하게 되었대요~

너무 기뻐요.
제가 그렇게 퇴원하기를 바랬거든요.
아빠는 제 소원을 들어줬어요.
역시 우리아빠입니다.
이제 더이상 아픈 치료를
안받아도 된대요~

내일 퇴원하게 됩니다.



아이가 가망이 없다는 소릴들었다.
기껏해야 6개월을 넘긴다고 한다.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형제 하나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마지막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더이상의 고통받는 치료를 하는 것보단
남은 짧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살고싶다.
사실 병원비가 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퇴원하기로 했다.



2년의 병원 생활은 끝났고
이제 아빠와 저는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꺼예요.
아빠도 그렇게 말했구요.

그래서 우린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제가 또 아팠어요.
아빠가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제 병이 또 재발했대요...
아빠가 그래서 다시 서울로 가재요..


이제 다시는 아프지 않는다고
아빠가 말했는데...
아빠가 제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어요.



아이가 또 쓰러졌다...
아이가 또 재발하면...

바로 병원으로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을 해봤다.

왜 연락이 이렇게 늦었냐고 한다.
기적적으로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를 찾았다는 것이다...
다움이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골수가 완벽히 일치해서 수술만 하면
거의 완치할 수 있다고 한다.

갑자기 왼쪽 가슴이 아파온다...

어서 다움이를 서울로 데려가야 한다.

더 늦기전에...




병원 선생님이 말했어요.
이제 한번만 더 치료를 받으면
완전히 완치될 수 있을꺼라고
예전보다 더 아프고 힘든
치료가 있을꺼라지만...


하지만...
전 하나도 안 무서워요.
왜냐면 아빠가 언제나 제 옆에
있어주거든요.
저에게 골수를 나눠줄
사람이 생겼대요.

미도리라는 일본누난데...

정말 착한 누나인거 같아요.
절 위해 먼~ 일본에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내일 골수이식을 받는데요..
하지만 하나도 두렵지않아요.
아빠가 제곁에 있어주니까.




아이의 골수이식수술...
약 4천정도가 든다고 한다.
내겐 지금 당장의 치료비 조차 없는데...
그래서 내 신장을 팔기로 했다.

신장을 팔면 2천정도 받는다고 한다.

4천은 안되지만...
골수이식 받기 전까진
병원비는 마련이 된다.
신장을 팔기위해 검사를 받았다.

"신장 이식을 포기하십시요..."
간암 말기입니다
.

말도 안되는 말이었다.
그것말고는 어마어마한
병원비가 나올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강막을 팔게 되었다.

외눈으로 아이를 봐야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아이를 위해서라면

양쪽 눈을 다 팔 수도 있다.



골수이식 수술이
아주 잘됐대요.
아빠가 밖에서 이쪽을 쳐다봐요.

근데 왼쪽 눈을 붕대로 감았어요.
많이 지쳐서 쉬라고 막아놨대요.
꼭 레고 만들기에 나오는
해적선장 같아요.

이제 일주일후면 다 나아서
보통 아이들처럼 생활할 수 있대요.
근데 아빠는 이제 따로 살재요.

엄마 따라 프랑스로 가래요.
이제 제가 싫어졌나봐요.

아빠가 화내는 건 처음봐요..
엄마가 떠날때 마신 술도 마셨어요.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 뿐이고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 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건 아빠예요.

그렇게 중요한걸 왜 잊었을까요.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돌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말예요...

만약 내가 엄마따라 프랑스로 가게되면
아빠가 쬐금만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쬐금만 슬퍼하면...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수 있겠죠?



각막을 팔아 6천만원을 받았다.
아이의 건강은 이제 문제없다.
아이의 병원비 4천을 내고도
엄청 많이 남는다.

하지만 더이상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


이제 곧 난 죽기 때문이다.
간암 말기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왜 이지경이 되도록 있었냐고 한다...
아프지 않았냐고...

가끔 옆가슴이 아프긴 했었다...
하지만 아이의 고통으로
그런것들을 아파할 시간조차 없었다.
아이의 골수이식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
난 죽기때문에...
아이를 고아로 만들긴 싫다.

다움이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다움이 양육권을 포기한다고...
다움이를 잘 부탁한다고...


사람은...

자식을 낳으면

죽어도 진짜 죽은게 아니다...


영원히...

영원히 다움이 안에 살아있을꺼다.


세상을 사랑하고
또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다움이가 되길 바란다.



- 아빠가 -<')++++<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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