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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쇠고기 북한 지원] "윤리논쟁" 유럽이 시끌 (조선일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gyber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를 아래에 옮겼습니다. 제가 읽은 내용으로는 스위스 역시 비난 받을 만한 짓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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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광우병 파동이 이는 가운데, 유럽 쇠고기의 북한 지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의 언론들은 최근 이 문제의 정치적 성격과 윤리성을 거론,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북한이 쇠고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독일과 스위스 2곳이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에도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독일과 스위스는 상황이 서로 다르다.

스위스 정부는 최근 쇠고기 700~900 을 구입, 북한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쇠고기는 스위스 어느 곳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1급 쇠고기라고 한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작년 12월 성탄절을 전후해 스위스 정부에 ‘쇠고기 지원’을 요청했으며, 스위스는 쇠고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시판되는 1급 쇠고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스칼 쿠스팽 스위스 경제장관도 쇠고기에 대한 자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700만 프랑의 예산을 책정, 쇠고기를 국제 원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에 쇠고기를 원조한다면 그 중 일부가 될 것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북한이 독일에 지원을 요청한 쇠고기 20만 마리분은 독일 정부가 ‘광우병을 우려해 도살하기로 한 40만 마리’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들은 광우병에 걸린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광우병 파동 때문에 생후 30개월 이상된 소를 전부 도살하기로 한 독일 정부의 결정에 따라 도살되는 소들이다.

북한은 현재 쇠고기 지원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극비리에 베를린 주재 이익대표부를 통해 독일 정부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북한에서 활동하는 독일 ‘카프 아나무르’라는 구호단체를 통해 서방 언론에 먼저 알려졌으며, 독일 정부에서도 북한으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레나테 퀴나스트 독일 농업장관은 최근 “국내용으로 부적합한 쇠고기를 어떻게 수출할 수 있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독일 육류산업연맹은 ‘이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를 북한에 지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는 15일 “기아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북한이 광우병 파동의 결과로 도살되는 소들을 원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해가 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 신문은 문제가 되는 소들을 북한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수송의 기술적, 재정적 문제 유럽연합(EU)과의 정책조율 북한에서의 분배 문제 등에 대해 먼저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한국과 충분한 협의 후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 내에서는 광우병이 우려되는 쇠고기들이 과연 북한에 지원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단 독일에서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한다 해도 이에 수반되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도살된 쇠고기를 북한에 운송하는 것과 북한에서 이를 보관할 냉동창고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의 소를 북한에 보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관찰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여론의 추이를 신중히 살펴보고 있을 뿐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삼가고 있다.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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