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배운다는 것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박범희
방학도 이젠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빠가 바쁘다는 핑계로 이번 방학 때는 아무 데도 데리고 가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북한산을 가자고 하자 두 딸들이 좋다고 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어제 눈이 내려서 좀 불안하긴 했지만 길이 좋은 곳만으로 가자, 산구경, 눈구경, 산냄새나 맡다가 오자는 생각으로 출발했습니다. 북한산 초등학교 쪽으로 길을 잡고 대서문, 중성문까지 올라가자 둘째가 이젠 힘들다고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쌓여있는 곳은 '내려올 때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하면서 올라간 산행이었기에 둘째를 좀 달래서 노적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가게 아저씨가 차로 매표소까지 태워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마침 길에 눈이 질척질척한 곳을 걷게 되었는데, 우리 뒤에 내려오던 첫째가 둘째를 보고 '너 바지에 흙이 튀었어. 어떻게 걷길래 그러니?'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내가 끼어들었습니다. '너도 바지 뒤에 조금 튀었어. 누구나 이런 길을 걸으면 조금씩은 흙이 튄단다.'라고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래, 세상을 살면서 어찌 조그만 잘못 한번 없이 살수 있겠니. 중요한 것은 잘못을 하였다면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요. 상대가 잘못했다면 사랑으로 지적해줄 줄 아는 것이 아닐까'라고요.
이 이야기를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해놓고 보니, 이건 아이들에게 한 말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한 말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땀이 식었는지 아이들이 떨었습니다. 오래지않아 버스가 왔는데 마침 비어있는 버스였습니다. 구파발까지 몇 정거장 되지 않는데 그 사이에 두 아이는 잠이 살풋 들었는지 하나는 고개를 수그리고, 하나는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두 딸을 보면서 속으로 말했습니다. '너희 덕분에 내가 오늘 한 가지 배웠구나. 고맙다 딸들아!'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