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새해를 맞으며 2001년 01월 01일
작성자 정숙
작년에 주보에 한 해의 계획을 세워 보라고 한 쪽이 비어 있는 주보를 받았었

죠. 주보에 다 쓰고도 종이 두 장을 더 채워 벽에 붙여 놓았었답니다. 엊그제

밤 그걸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더니 실천하지 못 한 것이 한 것의 두 배가 되

더군요.

그리고, 인생은 내 계획대로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점이 큰 수확이구

요. 휴학은 제 계획에 없었거든요. 놀아도 보고, 교회 학교 교사도

하고, 그 외에도 엉뚱하게 이 것 저 것 많이 한 것 같답니다.

그 종이 뒷면을 반듯하게 펴서 2,001 년의 계획을 적어 봅니다. 올해에

는 꼭 지킬 주요한 것으로 압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또 꿈 많

은 저는 몇 장을 채우고 있겠지요.

전 이번 봄과 여름을 학교에서 또 졸고 있을 것 같군요. 계획에 없었는데 말

이죠. 대학을 다닐 때 제가 다른 대학을 다시 다닐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이 없답니다. 두 번째 대학을 다니면서 대학원을 다닐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어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20 살의 저는 졸업하면 취직하

고, 남자친구는 미팅을 통해 1 학년 때 만나 졸업하면서 결혼하는 줄 알았어

요.

그럴 수도 있었을껄요. 하지만 결국 저는 끝없이 일관된 선택으로 지금 이

모습의 삶을 스스로 선택했어요.

요즘 거울을 보면 한 번도 그려보지 않았던 성숙한 저를 보는 것 같아

요. 철없이만 살 줄 알았는데 말이죠.

한 해의 삶이 또 주어졌군요.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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