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생긴대로 살아야 했다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지선미

저에게는 아주 못된 습관 한가지가 있지요. 원고 마감 하루전날 밤 12시가 되어서야만이 글이 써진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그 습관은 고쳐지지가 않더군요.그런데 아주 이상하게도 '두란노속 이야기'라고 청파소식지에 싣기 위해서 청탁받은 원고는 미리 써지지 뭡니까?

물론 성탄절까지의 연이은 행사때문에 원고를 쓸 여유가 없다는 점이 작용했을 터이지만 저 자신도 원고를 미리 쓰게되었다는 점이 감격스럽다 못해 신기할 정도였답니다. "역시 난 두란노속이 내 적성에 맞나봐" 하면서 굉장히 흐뭇한 심경으로 글을 써내려 갔지요.

그런데 오늘밤에 마무리를 짓기 위해 열어 본 원고는 날아가고 없었습니다. 피곤했던 제가 시스템종료를 클릭한다는 것이 실행중단을 클릭하고, 그 사이를 참지못해 중단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복원 단추를 누른 것이 화근이었나 봅니다. 화면에서는 엄청난 경고가 뜨는데 마우스는 꼼짝을 않고, 몸은 피곤하고 그래서 그냥 전원을 끄고 말았지요. 앗! 그러고 보니 저장을 안한 것 같기도 하고......

A4용지로 3장을 채웠던 원고는 다 날아가고, 새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썼던 글을 다시 기억해 가며 써야 하는데, 내가 나답지 않게(?) 웬 부지런을 떨었던가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지금 저는 글을 쓸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이번 원고 꼭 써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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