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16년 만의 만남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권혁순
지난 주말에는 시카고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있는 콜럼버스에서 시카고까지는 약 400 마일, 그러니까 640 키로미터 정도 되더군요. 왕복 14시간 이상 운전하고 다녀왔지만 그리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시카고는 미국의 3대 도시 중 하나에 든다고 하더군요. 비록 차창 밖으로 보기는 했지만 한 때는 전세계에서 제일 높았다던 시어스 빌딩을 포함해 도시 전경을 잠시 보기도 했지요. 그 멀리까지 간 이유는 도시 구경이 아니라 오래 전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답니다.

주소 하나 들고 찾아간 집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면서, 과연 이 친구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혹시 몰라 보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거기에는 고등학교 때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비록 배가 좀 나오고 머리카락 수가 약간 적어지긴 했지만 모습이나 목소리가 그대로인 내 친구였습니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보니 우리가 16년 만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저 몇 년 전 같이 기억되는 사건들이 그렇게 오래 전 일이라니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참 동안 함께 했던 일들을 얘기했습니다.

청파교회에서 중고등부 시절을 함께 보냈던 우리는 자연히 교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주를 차지했지요. 사람 이름 하나 하나 대면서 그들에 대한 기억들을 떠 올렸지요. 참 아름다왔던 추억들이었습니다. 벌써 추억을 말할 때가 된 것이 약간 슬프기도 했지만, 더욱 슬펐던 것은 그 사람들 모두 현재 청파교회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임원호, 이국노, 최승홍, 이종헌, 조현주, 김행선, 고순화, 박윤희, 박재희, 강애실, 박영애, 김은미, 김정연, 그리고도 이름이 떠오르지 않지만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하나 둘 흩어지더니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존재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귀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고, 다시 만난다면 지금 만난 친구처럼 귀한 존재가 되겠지요?

친구는 올 겨울에 한국에 갈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청파교회에서 송구영신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멀리 떠나 있어도 항상 그립고 가 보고 싶은 교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떠나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그러고 보니 문득 저도 올 겨울에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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