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믿음으로 살기 힘든 세상에서의 고민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gyber
문득 고등학교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만리동에서 효창 공원 옆을 지나서 효창동 사무소 쪽으로 내려 오고 있었죠.

길에서 어떤 아저씨께서 다가 와서는 어려운 사정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신은 트럭 운전을 하는데 지방에서 짐을 싣고 서울로 오게 되었다고요. 그런데, 배달할 곳에서 돈을 받아야 하는데, 돈을 받지 못하여 다시 내려 가지도 못하게 되었다고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런 식의 사정 이야기였습니다. 지방에 전화해야 하므로 잔돈을 가진 것이 있으면 다 달라고요. 사실 고등학교 때 주머니에 돈이라고는 겨우 몇 백원 가지고 다니지 않았기에 별로 도와 드리지도 못하고 참 미안하였죠.

그런데, 그 다음날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곳에서 그 아저씨를 또 보았습니다. 길 건너 편에 있었지만 역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더군요.

벌써 한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당시의 충격이 참 컸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몇 달 전 신문에서 본 기사도 함께 오버랩 되는군요. 목동에 있는 이대 병원에서 일어 났던 일로 생각되는데요. 갑자기 병원으로 어떤 어린이의 이름을 대면서 그런 환자가 있냐고 묻는 전화가 자주 왔다고 합니다. 내용인즉은 그 어린이의 딱한 사정을 아파트에 배달된 전단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것이었답니다. 그런데, 그 병원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참 어렵게 살아 가는 분들이 주위에는 너무 많아서 가슴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것이 도리이리라 생각되는데, 가끔 위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망설이게 됩니다. 두 눈 딱 감고 모른척 살아야 하는 것인가요? 아님 역시 두 눈 딱 감고 도와야 하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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