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어머니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보람
사실은 지금은 교회에 가야할 시간인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답니다.

바깥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인지 가끔씩은 넋을 놓고 있기도 하구요.

어제는 엄마랑 같이 TV를 보았어요.
사실 가족끼리 텔레비전을 보는 건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닌데요.
어제 보았던 드라마가 생각이 나서요.
'엄마'에 대한 드라마였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로서 살아온 한 여인이 이혼한 딸과 여행을 하며 찾아가는 자아찾기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이 드라마가 썩 잘된 건지 아닌지는요.
장면 장면들이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그 대사만은 제 머리 속에 꽂히더군요.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난 내 나이 13살 부터 엄마로만 살아왔다. 내 동생들의 엄마, 그리고 나의 자식들의 엄마......
그때부터 난 여자가 아니었던거야.
이런 내용의 대사였어요.

갑자기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어요.
전 지금까지 우리 엄마에게 단지 좋은 '엄마'만을 요구해 왔었거든요.
참으로 안타깝고, 또한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전 이제껏 엄마를 엄마로서만 보아왔던거에요.
엄마도 여자이고, 또 하나의 인격을 가진 사람인데, 전 그 사실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아요. 나의 기억속에서 우리엄마는 단지 '엄마'일 뿐이에요.

두려워졌어요.
훗날 만약 제가 엄마가 된다면요. 그땐 저도 우리 엄마처럼 '보람'이라는 하나의 인격체를 버리고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게 너무나 두려워요. 하지만 우습게도 그건 제가 언제나 엄마에게 바라는 것이죠.
전 너무나 이기적인 존재인가봐요.

글쎄요. 모르겠네요. 제가 왜 이런말을 하고 있는지.
얼른 교회에 가야하는데...

바깥이 너무 예뻐서 시간만 된다면 고궁에 놀러가보고 싶네요.
지선미 선생님이 하신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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