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이상한(?) 강박증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지선미
오늘은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원고를 쓰느라 붙어(?) 있었던 컴퓨터가 한동안은 좀 지긋지긋 했었거든요. 더 지속할 수도 있었던 컴퓨터와의 별거를 끝낸 이유는 오직 청파교회 홈페이지에 들어 와야 한다는 저의 강박증(?) 때문이랍니다. 9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이 한달에 적어도 한번은 홈페이지에 족적(指跡인가요?)을 남기자는 제 스스로와의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제가 글을 감동적으로 잘 써서 교우들의 마음을 흔들 만한 달란트가 있다거나, 지친 삶 중에서도 삶의 향기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위트나 유머를 구사할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굳이 글을 올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데는 응큼한(?) 속뜻이 있어서랍니다. 왜 성서에도 있잖아요?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먼저 대접하라’는 말씀 말이에요.

솔직히 저는 우리교회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목소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 목소리들을 통해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싶고, 내가 정말 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살고 있구나 하는 무지도 깨닫고 싶고, 낯설기만 했던 교우도 가깝게 알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파안대소도 해 보고 싶고……

문득 들어 온 홈페이지에서 ‘오늘의 小史’란을 발견하고 나의 토대를 점검한다든지, 21세기를 사는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도 배우고, 영어로 좋은 묵상 구절을 접하기도 하고, 기독교 미술에 대해서도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갖고, 과학이나 음악이나……등등. 각 분야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많은 줄 아는데 접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무겁지 않고,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그렇게 만날 수는 없는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장로님, 존경하는 ○○○권사님께서는 오늘 어떤 말씀을 묵상하셨는지, 어떤 기도의 내용으로 청파 공동체와 세상을 위해서 기도 하셨는지도 함께 하고 싶고, 제가 관심이 많은 교회학교 교사들은 요즈음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도 귀기울이고 싶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이들에게 해 주실 말씀도 많을 줄 압니다. 또한 젊은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갖고 있는 바램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물 흐르듯이 소통되는 홈페이지를 그려 봅니다.

‘한달에 적어도 한번쯤은’이라는 새로운 강박증이 청파교회에 감염(?)되도록 이번 주일부터 기침이라도 막 해 볼까요?

PS) 최숙화 권사님! 수진씨 통해서 인터넷 배우신다던데
왜 한번도 안들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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