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잘 도착했습니다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이제는 돌아와(한국에서 써야 하는 표현일텐데...) 3개월간 방치되어있던 정원을 내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그동안 돌보지 않은 마당은 마치 늪지대 같아요. 습한 곳에서 사는 벌레들이 자유롭게 기어다니고, 장미나무에 기어오르던 나팔꽃은 이미 나팔꽃 나무가 되어서 그 안에 장미가 있는지 알아볼 수도 없고, 무궁화 나무까지 나팔꽃 덩굴이 점령을 했군요. 하얀 나팔꽃이 너무 예뻐요. 장미나 무궁화 꽃보다 한결 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모르겠어요.

우린 지금 쌀 한톨도 없고, 마실 물도 없어요. 떠날 때 너무 알뜰히 처분하고 간 때문이죠. 식료품을 사러 가는 일이 제일 급하군요. 그런데 이렇게 느긋하게 앉아서 오래간만에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있답니다. 사실은 이제부터 해야할 일들이 엄두가 안나서 두 다리 뻗고 앉아있는 상태죠.
서울로 갈 때 마치 이사하는 사람처럼 정리를 하고 갔는데, 이제는 이사 온 사람이 됐네요. 며칠간은 육체적 노동에 시달려야할 것 같아요.
자주 보따리를 꾸리며 늘 하는 생각은- 이 짐만 가지고 살아도 되는데 왜이렇게 너줄한 물건들이 많지? 일생동안 여행용 트렁크 하나로 살아도 될텐데, 우린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입니다.

나중에 한가할 때 다시 쓸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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