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맨해턴 구경(2)- Balto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권혁순
맨해턴에 도착하여 친구 집에서 짐을 풀고, 제일 먼저 나선 곳은 센트럴 파크였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갔어요. 지하철. 정말 무시무시하더군요. 서울의 지하철은 정말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요. 181번가 역에 들어섰는데, 허름한 건물의 엘리베이터 같은 곳으로 안내하더라구요. 엘리베이터는 한 30명 정도 탈 정도로 무지 큰데, 지저분하더라구요. 한참을 내려 가서 문이 열리는데, 정말 견디기 어려운 냄새가 나고 무슨 교도소 같은 곳을 연상시키는 허름한 쇠창살이 보이더라구요. 플랫폼도 형편 없고. 친구의 말이 뉴욕 지하철은 매우 오래 되었기에 그렇다고 하더군요. 의외로 객차는 깨끗하고 시원하였습니다. 뉴욕의 첫 인상은 저에게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맨해턴으로 들어 가는 모든 다리를 막고서는 통행료를 받은 것에서 시작하여, 허름한 거리하며, 지하철까지....

센트럴 파크 역에 내리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근처 가게에서 우산을 사서 쓰고는 돌아다녔지요. 미국의 비는 갑자기 쏟아지고는 금방 개는 것이 특징인가봅니다. 콜럼버스에서도 항상 그렇거든요. 공원에는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달리기를 아침에 한다고 해서 조(朝)깅이라고 하는줄 알았었는데(^^), 여기에 오니 시도 때도 없이 하더라구요. 남여노소를 불문하고요. 잔디 위에 누워 있는 사람들도 많았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 롤러블레이드, 스케이트보드 등을 타면서 묘기를 부리는 사람, 마술 시범을 보이는 사람, 등 등....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더라구요. 그저 그런 모습들이라고 별 관심도 없이 지나는데, 웬 개같은 동상이 보였습니다. 폼이 마치 우리 나라의 교과서에서 본 의수의 개인가 뭔가, 주인이 술에 취해 길에서 잠이 든 것을 지켰던 그 개와 비슷한 폼을 하고 있더라구요. 미국에도 그런 개가 있었나보다 하고 그냥 지나쳤어요. 어디든 사람 사는 세상이니 그렇고 그렇지 뭐 다른게 있나 하고요. 정말 그랬어요. 별로 기대도 않고 간 맨해턴이었기에, 그리고 짧은 일정으로 잠시 들렸기에 휙 지나가면서 보 도시의 모습은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 정도로만 느껴지더라구요. 이런 곳을 구경하러 한국에서부터 비행기 타고 왔었더라면 정말 후회했을거라 생각이 들더라구요. 좋은 사람과 만나 시간을 내서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지, 뉴욕을 보았네, 자유의 여신상을 보았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보았네 하는 것이 별로 삶에 보탬이 않되는 것 같아요.

지난 주말에는 모처럼 영화를 보았습니다. 물론 비디오로요. 집 앞에 있는 공공 도서관에서 테이프를 무료로 빌려 주거든요. 발토라는 영화가 참 좋았다고 꼭 빌려 보라고 권하는 사람이 있어서 서가를 열심히 뒤져서 찾아 냈습니다. 하영이와 둘이서 보는데, 첫 장면에서 센트럴 파크가 나오더라구요. 아! 저기 가 보았지? 하영이는 생각이 안난다고 하더군요. 할머니와 여자 아이가 대화를 하면서 지나가는데, 전에 본 그 개 동상이 나오는 것이에요. 그리고는 그 앞에서 서서 뭐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는 애니메이션(만화)으로 바뀌는 것이였어요. 그 동상에 있던 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발토였어요. 한국에도 이 비디오가 있을런지 모르겠군요. 한 번 아이와 함께 보시길 권하며 내용 소개는 생략하지요.

그저 그렇게 지났던 그 동상에 저런 깊은 사연이 숨어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는 다시 그 동상이 있는 곳으로 가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나 가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하나 하나에도 다 뜻이 숨어 있을 수 있구나. 내가 아무 생각없이 지나갔던 곳, 그냥 스쳐가서 생각도 나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의 깊은 섭리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족. 발토를 보면서 느낀 또 하나의 생각.

발토가 눈보라 속에서 정신을 잃고 비몽사몽 간에 늑대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발견하고 우짖죠. '우~우~'. 그 전까지는 주위의 놀림에 맞서 애써서 자신이 늑대라고 우기려고 했지만, 자신이 늑대의 후손임을 깨닫고는 당당히 눈보라에 맞서서 헤쳐 나가게 되죠. 미국에 와서 소수 민족으로 살면서 어려움이 참 많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애써서 미국 사람처럼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기도 하고, 혀를 열심히 꼬부려 말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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