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맨해턴 구경(1)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권혁순
미국 사람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나 쉽니다. 이번 주에는 월요일이 노동절인가 뭔가라고 하여 하루를 더 쉬어 3일 연휴가 되었습니다. 미국에 온지 어언 6개월이 되어 가는 마당에, 남들은 휴가니 뭐니 하는데 여름 내내 집과 학교를 오가다가 여름도 다 지나 가고 말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콜럼버스 시내만 구경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연휴 동안 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톤 만이라도 구경해 보자.' 워싱톤에는 여러 박물관이 있는데, 다 공짜라고 합니다. 각종 볼거리가 있다는 워싱톤에 가기로 하고, 몇 주전부터 계획을 짰습니다. 콜럼버스에서 워싱턴까지 가는 길은 자동차로 최소 7시간이랍니다. 지도를 펴놓고 며칠 동안 연구를 하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여행 안내 책자와 워싱턴 시내에 대한 소개 비디오도 빌려다가 보았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니 워싱턴에 가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해서 얼마나 가야 하는지와 그곳에서 묵을 여관에 빈방이 있는지와 가격에 대한 것까지 자세히 알 수 있더군요.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미국 전도와 워싱톤 시내 지도를 펴놓고 도상 훈련까지 마쳤습니다. 워싱톤에 가지 않고도 이미 머리 속에는 주요 볼거리에 대한 이미지가 죽 떠오를 정도로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딴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본것은 주로 지도에 의존하여 판단한 것인데, 혹시 중간에 머물 곳이 위험한 곳은 아닐지 걱정이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워싱톤에 가 본 사람의 말을 듣기로 하고 한 달 전에 한국에서 워싱톤에 왔다간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역시 지도만 보고 연구한 것보다는 현실감있는 정보가 많더군요. 그 친구는 단지 3일 구경만 했기에 좀 더 잘 알만한 미국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가 워싱톤에 뭐하러 가냐는 거예요. 차라리 자기가 사는 뉴욕으로 오라는 것이에요. 자신의 집에서 재워 주고 관광 안내도 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뉴욕이 볼 것이 더 많다고 하더군요. 단 하루 만에 계획이 바뀌어 저와 집사람 그리고 하영이는 뉴욕에 다녀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뉴욕시의 한 복판인 맨해턴에 사는 그 친구와 함께 뉴욕을 구경했지요.

살아 가면서 이것을 하리라 저것을 하리라 계획을 참 많이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계획이 전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는 더 멋진 일이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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