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하루에 한번쯤은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김기석

자녀인 여러분,
하루에 한번쯤은 부모님 앞에서 자식으로 사십시오.
살아가는 이야기도 좀 들려드리고,
괜히 그분들 앞에서 환하게 웃어도 보십시오.
화난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지냄으로써 집안을 어둡게 하지 마세요.
그분들은 누가 뭐래도 우리의 뿌리입니다.
고리타분해 보이고, 왠지 억압적인 것 같아 싫습니까?
그래도 부모님을 사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부모인 여러분,
하루에 한번쯤은 자녀들과 눈과 눈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바쁘더라도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아픔과 괴로움도 솔직하게 나누십시오.
세례자 요한이 와서 한 일 중의 하나는
'아비의 마음을 자식에게 돌이키게 하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이 건방지고, 너무 가볍고, 소비주의적이고,
나약한 듯싶어 속상하시지요?
그래도 그들은 자기 몫의 짐을 지고 있습니다.
그 짐을 지고 그들도 힘들어 합니다.

제가 이렇게 정색을 하고 설교조로 이야기하는 까닭은
오늘 본 광경이 너무 처연해서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대화없이 살아온 부모와 자식이 빚어내는
풍경은 너무나 황량했어요. 마음이야 없었겠어요.
서로 마음을 털어놓을만한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다,
안으로 상처만 키워온 것이지요.
함께 살아가야 할 이들이라면 서로 정깊고, 살갑게 대해야지요.

한가위가 가깝습니다.
한가위는 근본으로 돌아가보는 절기인데, 여러분 모두 어린아이가 되어
부모 앞에 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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