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참 놀라운 일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행복을 훔쳐가는 사람
글을 읽는 이의 마음 또한 보송보송해집니다.
"일어 나지 않은 일"이 아니라,
그 이에겐 "참 놀라운 일"이 일어났으리라 믿어봅니다.

설사 그 이가 무슨 행패(?)를 부렸더라도,
그래서 예배가 엉망이 되고 많은 이들의 기분이 상했더라도
그를 교회로 이끈 발길은 틀림없이 "놀라운 일"입니다.

자살하는 이들, 살인을 하거나 용서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그런 모든 이들에겐 어쩌면 그들을 위로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줄 그 어느 "한 순간", "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가족이나 친지처럼 그를 잘 알고 그의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은 아닐겁니다.
오랫만에 만나 친구가 떠올려준 좋은 기억들,
과일 가게에서 덤으로 얹어준 사과 한 알의 미소,
길을 가다 툭,부딪혀도 먼저 '미안하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름모를 그 사람의 친절한 목소리,
그리고...
술취해 들어간 어느 교회에서 성경과 찬송을 건네주던 목사님의 손길,
내쫓지 않고 그들 옆에 앉혀준 교인들...
그런 모든 작고 사소한 것들 말입니다.

그가 어느 교회의 교인이든, 다른 종교에 속해 있든, 종교혐오자든,
또한
설교의 내용을 제 멋대로 해석하든, 설교를 듣지도 않았든, 설사 속으로 욕지거리를 지껄이고 있었더라도,
그가 "다른 곳"이 아닌 "그 때, 그 곳"으로 이끈 그 발길은 놀랍고 아름답습니다.

다른 이들 해하지 않고, 자신을 해하지 않고, 어쩌면 길가에 넘어져 다치거나 어딘가에서 또 술을 마시며 슬픔과 괴로움에 더 깊숙히 파뭍힐 수도 있는 "그 순간"에 말입니다.

...
저는 교인이 아닙니다.
저는 청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찬송을 불러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설교 말씀을 읽고 교회소식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습니다.
김기석목사님, 그리고 수지니 현진이...그런 얼굴도 모를 이들의 이름도 괜히 친숙합니다.

그 이를 교회로 이끈 발길처럼
저 또한 무언가에 이끌려 이 순간 '다른 곳'이 아닌 '이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일겁니다.
그에게 성경과 찬송을 건넨 손길과 앉을 자리를 내어준 마음이
마치 제게 그런 것인냥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모든 작은 일들 잊지않고 글을 올려주신
목사님의 보송보송한 마음이
이 곳에 잠시 머문 이 순간을 아름답게 합니다.

교회가 단지 그 곳에 속한 '교인들의 것'만이 아님을 믿으며
감히 이렇게 교인들의 공간에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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