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수련회 단상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박범희
수련회를 끝내고 전국역사교사모임 자주연수(강원도 영월, 평창, 정선) 3박 4일, 역사교사모임 중 사료팀 가족 연수(전라도 쪽 지리산 자락) 2박 3일을 다녀오니 벌써 개학이 가까와졌습니다. 정신없이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수련회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할 틈이 없었습니다. 두 딸만을 데리고 가서 주위 여러분에게 폐만 끼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특별히 몸이 아프다거나 신상에 중요한 일이 있어야 찾았던 하나님을 하루종일 생각하며 생활할 수 있는 기회는 참 소중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으니까요. 그게 아마 첫날이었을 겁니다. 양목사님이 밥이나 반찬을 남기지 말 것을 주의사항으로 이야기한 다음 식사 때였으니까요. 허기가 져서 밥을 푼다는 것이 상당한 양이었어요. 앉아서 먹으려니까 양목사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더군요. 항상 기도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지 않은 저는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밥먹기 전에 기도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일단 먹다가 '아참! 기도를 하지 않았군. 그래 좋은 음식 맛있게 먹는 것이 기도아니겠어.' 하며 그냥 열심히 먹습니다. 그런데 이 때는 저절로 기도가 되더군요. '하나님 아버지, 이 밥을 다, 꼬옥 다,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구요.
이번 수련회는 한 곳에서 한 주제를 가지고 성경읽고, 생각하고, 기도하며, 게다가 물놀이까지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요즈음은 국내여행이건 국제여행이건 쉬지않고 여기저기 다녀야지 밑지지않는다고 생각하나봐요. 제 생각에 휴가즉 쉴 틈은 일상사에 정신없이 휘둘리는 정신과 몸을 쉬게할 틈입니다.
언젠가 읽었던 프로이트 전기에서, 프로이트가 여름 휴가를 가족과 함께 알프스 산중턱으로 가서, 아내와 자식들은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즐기고 프로이트는 자기 방에서 책을 읽으며 휴가를 보낸 것이 생각납니다. 물론 돈있고 시간있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하면 더이상 할 말은 없지만, 조용히 물러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수련회는 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교인을 대상으로 했으니까요. 하지만 주일마다 교회에 가도 알지 못하면 거의 그냥 지나쳤던 분들과 2박 3일 같이 지내게 되니까 서로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의무감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청파에 다닌 지 3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어색한 부분이 많은 것은 제 마음의 벽이 여전히 크게 자리잡고 있기때문일 겁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수련회였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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