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신앙과 연기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박정숙
우리 과에 들어와 제가 맡은 첫 번째 배역은 독일의 게오르그 뷰히너의 "보이

체크"라는 작품의 마리였습니다. 연기 전공도 아니고 경험이 없으니까 마을

주민 1 쯤부터 시작했어야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4 년 내내 주인공을 한

번도 해보지 못 하고 졸업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여러 작품의 주요 씬들을

각기 주인공이 되어 해 봐라 하고 한 학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저도. 여러

배역이 다 의미를 갖지만 주인공역의 정서적이고 지적인 강렬함이 큰 건 사

실이니까요.젊은 마리는 가난을 견디기 어려워 남편의 군 상사들에게 몸을

팔죠.마리와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보이체크는 생체실험용 인간의 아르바이트

까지 하지만 항상 가난합니다. 그는 서서히 미쳐 가고 결국 아내 마리를 죽이

게 됩니다. 저는 금귀걸이를 갖고싶어서 몸을 내주는 마리를 이해하지 못 한


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연습을 한 학기 내내 해도 되지 않았죠. 연기는 숙

련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 연기에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같

거든요. 무의식적이라할만큼 배역을 깊이 이해해야 연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저 해 냈습니다. 열쇠는 다른 것이 아니었어요. 금붙이를 가지고 싶어

아무 남자와 자는 마리는 다름아닌 나의 모습(?) 임을 깨달았거든요.

제게도 그런 욕망이 있던 날이 기억나더군요. 마리라는 역을 해내는 것은

높은 산을 정복하는 것인줄 알았었죠. 그런데, 마리는 이미 내 안에 , 내 옆

에 너무 가까이 있었던거예요. 단지 ,그건 내 모습이 아니야하고 눈가리개로

가리고 있었을 뿐.

하나님은 가까이 계시다면서요? 전 그 말을 잘 이해 못 했어요. 그런데,

연기와 비슷한 원리일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내 옆에 이미 있는 하나님을 보

기 위한 나의 눈이 필요한 건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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