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天地不仁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지선미
제4호 태풍 '카이탁'이 왔다가 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사람들이 태풍에 대해서 이번 태풍처럼 고마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이번 장마가 마른장마로 소멸될 것이라는 소식에 가슴이 답답했는데, '카이탁' 덕분에 가뭄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고 농작물의 오존피해도 벗어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어디 그 뿐입니까? 태풍은 바닷물을 뒤집어 놓아서 물 속 산소를 풍부하게 하고,고기들이 떼를 지어 태풍 뒤를 따라 다니며 침전됐다가 떠오르는 먹이를 좇기에 태풍뒤 豊漁라는 결실까지 가져다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적도 부근의 열을 극지방쪽으로 옮겨서 기상이변을 막기까지 한다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요.

그런데 저는 이렇듯 고마운 존재가 올해 들어서 발생한 네번 째 태풍인 줄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예보를 접하고서야 알았습니다.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에 많은 장마비로 수해가 난 상황에서 이번 태풍이 불어 왔다면 우리는 얼마나 태풍을 원망했을까하고 말입니다. 태풍은 그저 태풍 그대로인데, 우리는 우리와 관계를 맺는 상황에 따라서 존재를 인식하기도 하고 무시해 버리기도할 뿐만이 아니라, 有心하느니 無心하느니 혹은 有情, 無情이라는단어까지 들먹이고는 하지요.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 중심적인 회로로부터 탈피하고자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담담하게 내 존재를 포함해서 모든 존재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참 좋구나" 하셨던모든 만물 가운데 어느 한 곳으로만 '仁'이 집중된다면 過負荷로 균형이 깨질 수 밖에 없겠지요.

오늘도 비틀비틀 갈지字로 회로 안과 회로 밖을 넘나듭니다. 어쩌면 회로 안에서 회로 바깥을 바라보고만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그동안 구름에 가려 있었던 햇살을 보게 되겠지요? 모든 존재들이 더불어서 ......


P.S ) server가 허락된다면 여선교회 회원들을 위한 방도 만들어 주셨
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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