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박종선 권사님, 이제 하나님 곁에서 편히 쉬세요.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되어 새로운 문이 열리는 날, 한 사람이 그의 인생의 문을 닫아 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박 종선 권사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눈가에 잔주름 가득한 그의 잔잔한 미소와 황당함에 아연실색하고있을 김 성자 집사님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박 종선 권사님, 그 분의 찬송 소리는 오랜동안 내 가슴에 담겨져있었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들었던 그 분의 찬송가 431장 '내 주여 뜻대로'는 내 가슴 속에서 자주 되살아나는 찬송이다.
" ~ 큰 근심 중에도 낙심케 마소서. 주님도 때로는 울기도 하셨네 ~ " 2절의 이 가사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나를 위로하는 귀절이다. '주님도 때로는 울기도 하셨다'는 말이 내가 처한 상황을 거부하지 않고 담대히 받아들이는 힘이 된다. 물론 이겨낼 힘까지 함께 얻는다.
박권사님께서 지난 봄엔 육체적으로 몹시 힘든 상태로 또 찬송을 부르셨는데, 이미 성량도 많이 떨어져 힘겹게 이어지던 그 분의 찬송은, 16년 전 우렁차게 가슴을 뒤흔들던 그 찬송보다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다. 그분이 짊어진 생의 무게가 다 실린 찬송이었다고나 할까…
가끔 여민이가 트럼펫을 불면 나는 꼭 찬송가 405장 'Amazing Grace'를 주문한다. "여민아, 할아버지 목사님 좋아하시는 찬송가 한번 불러라"
이 창호 목사님께서 좋아하시는 찬송이다.
외할머님께선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좋아하셨는데, 아마 옛날에 교회 집회때마다 자주 부르던 찬송인 듯하다. 지금 우리들의 취향에 맞는 곡은 아니지만, 1950년대 초반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 당시 교회에 다니는 할머니들이 정말 얼마나 진실된 마음으로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고 의지했는지 몸으로 느껴지는 찬송이다.
윤 권사는 '82장' 을 잘 부르고…
이런 식으로, 찬송가를 부를 때는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아 이건 누가 좋아하는 것, 이건 또 누가 좋아하는 것.
가 본지 오래되어서 지금도 그대로인지 알 수 없지만, 예전에 영동 세브란스 병원 현관에 이런 귀절이 쓰여있었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
병원에 가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나는 현관에 서서 그 찬송을 많이 흥얼거렸었다. 여러 번 반복하여 부르는 동안 몇 번째인가 3절의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병들어 몸이 피곤할 때 권능의 손을 내게 펴사 새롭게 하여 주옵소서"라는 귀절에 이르면 몸이 편안하고 가벼워진다.

박권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소릴 듣고는 찬송가를 부르시는 그 분의 모습이 곧 떠올랐다. 언제나 '누구' 하면 어떤 이미지가 즉시 떠오르는데 요새는 '이미지 관리'라는 말이 유행이다. 인위적인 행동으로만 여기고 비웃을 일은 아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봄에 예배시간에 234장 찬송을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 찬송은 빠르고 밝은 노래였지만, 나는 그 때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내 아이들이 이 엄마를 회상하면 이 찬송이 바로 연상되어질까,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이미지 만들기'에 힘을 써야겠다.
우리 수정, 여민, 여준이가 나중에 이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갈 때, 찬송가 234장 " ~ 어머님의 말씀 기억하면서 나도 시시때때로 성경말씀 읽으며 주의 뜻을 따라 살려합니다 귀하고 귀하다 우리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재미있게 듣던 말 이 책중에 있으니 이 성경 심히 사랑합니다"를 부를 수 있도록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야겠다.
우리 어머니ㅡ성경, 우리 어머니ㅡ 기도, 우리 어머니ㅡ 찬송, 이렇게 우리 애들이 나를 생각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어머니ㅡ 성경, 찬송, 기도가 떠오를 수 있도록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야겠다.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인위적인 행동에서 시작할 지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그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내 삶 그 자체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제 조용히 박권사님께서 생전에 부르시던 431장 '내 주여 뜻대로'를 불러본다.
그 분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은 눈물없이 부를 수 없는 가사3절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내 모든 일들을 다 주께 맡기고 저 천성향하여 고요히 가리니 살든지 죽든지 뜻대로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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