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있어야 할 자리....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수지니..
토요일에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일본에서 날아온 등기속달... 안에는 씨디 한 장이 들어있었지요.
발매된 지 1년도 훨씬 넘은 음반을 지금서야 손에 받아들고서
씨디꽂이의 비어있던 칸에 조심스럽게 꽂았습니다.
물론, 그 판이 들어가기로 예정(?)되어있던 자리였고 이제서야 주인을
찾은 셈입니다.
근데 참 그렇더라구요. 아직 씨디를 사지 못해 내내 비워두던 그 자리,
가지런히 꽂힌 다른 씨디들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공간이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았었는데... 그 자리에 막 도착한 씨디를 꽂고 나니까 흐뭇한
웃음이 제 입가에 피는거예요. 물론 갖고 싶던 걸 소유하게 돼서 오는
기쁨이기도 하지만,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음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
그런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답니다.
창세기 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그 부분을 목사님께서 이렇게 설명하셨죠.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제 모습, 제 역할을 다하는 조화로움이 보시기에
좋았다... 고... 우리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 있을 때, 아름다움은
깨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 우리들이 다시 돌아가서 '꽂혔을 때'
비로서 보기에 좋은 제모습을 찾는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가지런히 꽂혀 보기 좋은 씨디꽂이에서 내가 있어야 할 자리 대신 엉뚱한
다른 곳에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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