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박범희
저는 중앙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박범희라고 합니다. 청파교회를 나간지는 만 2년이 되었습니다. 교회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자주 들어가서 여러 사람의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감동을 받을 때도 많았구요. 저희 집에도 인터넷 전용선이 깔리면서 이제는 나도 함번 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멈칫거리곤 하였습니다. 이번엔 무작정 글을 올려봅니다.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가슴에 꽃도 달아주고 노래도 불러주더군요. 자랑스런 마음보다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은 이맘때쯤이면 항상 드는 생각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앞으로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교직에 처음 나섰던 12년 전 마음에 품었던 생각들이 세월이 가면서 그 절실함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네 생활이란 것이 항상 절실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기념일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죠. 저는 그 날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하는 영화를 보았단다. "제목은 미술관 옆 동물원이지. 짝사랑만 하던 심은하와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인 이성재가 우연히 만나서 사귀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지. 한시간 반정도 하는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것 하나였단다. 심은하의 대사인데, '나는 사랑은 풍덩 빠지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조금씩 스며드는 것일수도 있구나'라는 대사를." 우리가 자기 나름의 좋은 색깔로 서로에게 스며드는 사랑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아이들이 잠시 숙연해지는가 싶더니 역시 본래의 왁자지껄한 상태로 돌아가더군요. 그런 아이들이 오히려 저는 더 편안했습니다.
신앙생활을 한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나는 왜 이 모양이지 하는 생각에 괴로워합니다. 그 영화를 보고 또 아이들에게 그런 나의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삶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라구요. 그러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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