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가족사진전과 가족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윤 석철

4-30-2000.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문화부 주최로 가족 사진전을 갖기로 하여 오랫만에
가족 사진첩을 뒤적이며 골라 봤습니다.

우리가 가족이라하는 이름의 관계 갖기 시작하고, 공통의 사진을 가지기 된
것이 벌써 24년, 1976년 5월 22일 결혼으로 부터지요.

흩어지고 없어진 사진들을 복원하기 위해 아내는 작년 여름내내 오래된 필름들과 씨름을 하였습니다. (그 없어진 사진들은 모두 제 잘못으로 없어졌지요.)
그리고는 세아이들 사진첩에 골고루 사진들을 배분하여 각자가 가질수 있는 사진첩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시집가고, 장가가면 각자 자기 집으로 가져가서 저희들의 남편과 아내와 그리고 훗날 그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지요.

사진첩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결혼사진, 아이들 백일사진, 돐사진, 졸업사진, 여행사진, 특별한 모임의 사진들 등등......

장모님과 우리식구 모두, 그러니까 6명이 모두 함께 있는 사진이 별로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 자리에 분명히 다 참석하였을 텐데 한사람은 사진 찍느라고 빠진 적도 참 많구요.
사진에는 없지만 같이 있었던 가족,
사진에도 없고 같이도 있지 않았던 가족,

가족이란 무엇일까 한참 생각하며 사진첩을 뒤적였습니다.

1994년 12월 24일,
독일 Erding에 있던 3식구(장집사, 여민, 여준)가 외국에서의 첫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으면서 찍은 사진 밑에 장집사의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도, 아빠도, 수정이도 없이 맞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물론 장집사도 사진에는 빠져 있었습니다.

여민, 여준 두아이만 찍은 사진은 참 많고 많습니다.
그러나 그 크리스마스에 찍은 그사진을 보면서 저는 눈시울이 뜨거워 질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아이만 식탁에 앉아 촛불에 불을 켜고, 케익을 자르는 그사진이 왜 그렇게 쓸쓸해 보이는 지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두아들만 바라본 제아내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었을까?
그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에서 찍은 사진에도 할머니와 수정이만 있고, 엄마와 여민이와 여준이는 없었지요. 그리고 물론 저도 없구요.

그러나, 사진에 없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가족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한 그때 그사진에 거기 없었지만 늘 함께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비어있는 자리를 의식하는한, 그사람은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가족은 늘 함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어느 경우라도 함께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가족도 그러한데, 내주님과 내하나님이신들 어련하시랴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위로 받고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사진을 내시겠지요.
사진을 고르느라 해묵은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이미 우리의 곁에서 떠난 분들 모습을 발견하고는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고, 그때의 그날들을 되돌아 보시겠지요.
우리의 젊은 날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내가 어디에 무엇이 되어 있는지 깊은 사색에 잠기시겠지요.
이제까지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도 하시겠지요.

사진첩을 통채로 내라하지 왜 사진 몇장만 골라내야 하는지 당혹스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어느 한장인들 소중안합니까?
어느 한장인들 빠뜨리고 싶은 것이 있겠습니까?
그런 분들은 사진첩을 그대로 내세요.
사진 찍는 기술을 심사하여 상 주자는 대회가 아니니까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와 가족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것을 여러 교우님들이 증거하시기 위한 행사 입니다.

사진을 보느라니 문득 제가 즐겨 쓰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모든 사람은 아기로 태어 났다"

처음에는 모두 미숙할 수 밖에 없으니 실수도,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는 변명의 뜻으로도 사용하지만,
제가 더 뜻을 실어 사용하기로는
천하에 손가락질 받는 악인도, 흉악범도, 살인.강도도, 모두 어머니가 생명을 걸고 낳았고, 그때는 모두 예쁘고 귀여운 아가였고, 티 없이 맑고 밝은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리고 매일 매일 한걸음씩 걸어온 그 길이 오늘의 그사람을 만들었다.
그러니,하루 하루 걸어가는 내 걸음도 옳바른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 옳바른 방향,
그 푯대,
우리는 그것을 바라고 사는 사람들이지요.

그날의 사진을 보고
오늘의 제가 그날의 저로 부터 얼마나 멀리 질못된 방향으로 걸어 왔는지를 알아내고,
푯대를 바라보고 그곳을 향해
걸음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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