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유감 만감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윤 석철

지난 월요일 부터 3일간 있었던 성서 이야기 모임에 한번도 참석 못하였습니다. 낮 시간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저녁시간에 마저 한번도 참석하지 못하고 그 귀중한 기회를 모두 놓쳤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무슨일이 그리 바쁘고, 왜 그리 시간에 맞추어 일을 끝낼 수 없는지 억울해 하고 속상해 하다가 10여년 전에 읽었던, 그 저자도 기억나지 않는, 작은 책자가 생각 났습니다.
"생활의 우선순위"

나는 내 생활에 있어 무엇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가?

작지만 20여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항상 늦게나마 깨닫곤하던 그 평범한 진리(시간을 다투고 피를 말리는 것처럼 긴급하고 초조하고 중요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을)를 왜 아직도 나는 선뜻 모든일에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늘도 오늘의 일에 매달리고 있는지......

내 생활에 주님이 과연 어떤분으로 어떻게 개입하고 계신지,
주님이 과연 내 생활에 개입하실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문이 열려나 있는지,
하늘을 바라보고 살기나 사는지,
불쌍하고 안타깝고 미웁게도
제 대답은 "아닙니다" 이지요.

주일에 교회를 가면 저는 늘 여러분들이 부러웠습니다.
일주일 내내 아주 아주 열심히 살면서
늘 하나님 곁에 서 있었던 분으로서의 맑고 밝은 모습으로 교회에 나오시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살아온 지난주가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욕심의 짐을 지고,
쉴새 없이 페달을 밟지 안으면 쓰러지는 자전거를 몰고
이리 저리 헤매다가 겨우 주일 하루 몇시간 주님앞에 나와
고개 숙이고,
가슴을 치고,
그리고는 천연덕스럽게 다시 교회문을 나섭니다.
사람 좋아 보인다는 웃음을 띠고
교회를 등지고 나섭니다.
또 짐을 지러,
또 자전거를 몰러 나섭니다.

예전에 박정오 목사님이 설교하시는 중에 외치실때 제 가슴속에 비수처럼 와 꽂힌 예수님의 그 말씀
"회칠한 무덤 같다"라는 그 말씀이 늘 제 뒤를 따릅니다.

언젠가 제 가족에게 농담 비슷하게 얘기한 적이 있지요.
"내가 죽으면 영안실에서 찬송가 82장을 계속 불러라"
아마 제 식구들은 제가 실제로는 "82장 3절만 계속 불러라"하고 말하려한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 자식들은 Rod Steward(Spell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의 "Sailing"을 아빠는 참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도 왜 유달리 그 절규하는 듯한 노래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지요.

그렇게 그렇게 살면서
세상 처세하듯 그렇게 교회에서 활동하면서
권사도 되고,
나이 이제 50이 되었고,
중요한 직분도 맡았고
또 그렇게 그렇게 표 안나게
살아갈까봐 제 스스로 두렵습니다.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왔더냐?"

스페인 중부 Zaragoza 고원지대의 참호 밖에서서
무섭게 불어치던 세찬 바람 맞으며 떠 올리던 예수님의 말씀이
실제로 제귀에 쟁쟁 울려 옵니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출장길에
깊은 밤 잠 안자고 호텔방 창가에 서서 저 아래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불 빛 바라보면서도
"무엇을 보려 광야에 나갔더냐?" 스스로에게 물어봤었지요.
지금도 그러합니다.

오늘 여준이는 개학 준비하러 영국으로 돌아 갔고,
저는
이 조용한 밤에
기도하 듯
글을 씁니다.

모두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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