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나의 가장 고약한 버릇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김기석

고난주일을 지내면서, 성경과 깊이 대화하는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나이를 먹긴 먹나봐요. 요즘은 일삼아 교회 뜰에 나가 함박꽃 꽃망울이 벙그러지는 것을 관찰한다니까요. 책을 보고 사람을 만나야만 인생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내가 참 억지스럽게 살아왔다는 반성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해요. 관성이 된 내 삶의 버릇인 걸. 오늘도 내가 읽은 시 한편을 띄웁니다. 누군가 가슴으로 읽을 사람이 있겠지요. 13세기 이란의 시인 루미의 시입니다.

나의 가장 고약한 버릇은 겨울 날씨에 지쳐서
함께 있는 사람을 고문하는 것.

당신이 여기 없다면, 아무 일 없는 거다.
아무래도 나는 명료함이 부족하다.
내 말은 뒤틀리고 엉클어졌다.

나쁜 물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그 물을
강으로 돌려보내라.
나쁜 버릇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나를
당신에게 돌려보내라.

소용돌이치는 버릇이 물에 들었거든
바닥을 파서 바다까지 길을 내어라.
거기에는, 너무 크게 상처를 입어
아무것도 희망할 수 없는 자들에게만
제공되는 신비스런 약이 있다.

희망을 품은 자들이 그것을 알게 되면
경멸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네가 사랑하는 친구를, 할 수 있는 대로
오래오래 바라보아라. 그가
너를 등지고 떠나든 아니면 너에게로
다시 돌아오든, 상관치 말고.


누군가를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 이게 모든 아름다운 관계의 시작이군요.
누군가를 오래오래 바라보다가 나의 시선도 그윽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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