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염소 할매" --- 최 인석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문학동네' 99년 가을호에서 최 인석의 중편소설 '염소 할매' 를 읽었습니다.
거처할 곳이 없어서 산으로 올라가 움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새끼들을 먹여살리려고 갖은 고생을 다하는 여자, 철거반들의 강제 철거 장면, 노동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간 딸, 그런, 새삼 새로울 것도 없는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사회고발이 문학의 사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소설이지만 실제 상황의 보도와 같음을 독자는 느끼게 됩니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 우리 모두 알만큼은 알고있지 않습니까.
여기 이렇게 이 소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제가 사회비판을 하며 그 대열에 동참하자고 꼬드기는 것이 아니고, 다만, 한 문장 한 문장의 묘사들이 자꾸만 눈앞에 그림처럼 보여서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그림으로, 영화로, 내 이웃의 실제상황으로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에 혼자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여주인공은 자기의 보잘것없는 삶 자체가 수치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자꾸만 걸려요. 아닙니다. 지금 내 삶이 바로 수치입니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이 내게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 앞에서는 오히려 나의 이 삶이 수치라고.
아들 여민이에게도 그것을 읽으라고 했습니다. 식탁에서 말했어요.
"너 그거 다 읽었니?"
"예"
"그럼 밥 잘 먹고, 공부 열심히 해"
밥을 어떻게 잘 먹어야 하는 건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 건지는 스스로 알테죠. 엄마가 난데 없이 왜, 왜 밥 잘먹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겁니다.
이렇게 잘 살고있는 내 삶이 부끄럽게 느껴진 소설 한 편 사순절에 읽었습니다. 원하시는 분께는 e-mail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 명작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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