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멋진 인생 2000년 01월 01일
작성자 김기석
안태상 집사님,
이메일 주소를 몰라 여기에 글을 올립니다. 지난 주일 연주회는 정말 좋았어요. 재작년에 비해서 에쿠우스 단원들이 더 성숙해진 것도 같구요. 나는 앉은 자리에서 녹내장으로 실명했다는 그 후배를 더듬어 찾았는데 보이지 않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걱정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지휘자에게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군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그가 있음을 확인했을 때, 얼마나 고맙고 기쁘던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부르는 그의 노래가 있는 한 에쿠우스는 아름다울 거예요. 특히 연주회가 계속되는 한 장애인들을 돕는다는 취지는 바뀌지 않을 거라는 회장의 말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안집사는 적어도 5년 이상 차이가 나는 후배들 틈바구니에 있어도 전혀 표가 나지 않더군요. 워낙 젊어 보이니까. 한 사람 건너 서있는 동생까지 눈으로 확인하면서 형제가 서로 걷는 길이야 어떠하든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해 교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럽데요. 그 앵콜 중에 부른 곡, 제목이 "'도'만 부르는 바리톤"이든가요? 가사를 귀기울여 들으면서 꽤 괜찮은 글감이 잡혔어요. 이것도 직업병의 일종이려니 해요. 그 곡 가사를 좀 구할 수 있을까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따스한 햇살 한 줌 될 수 있다면..."

큰 일은 하지 못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주변만이라도 조금, 아주 조금씩 따뜻하게 바꾸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집사님, 끝까지 에쿠우스의 맘 좋은 형으로 남으세요. 그것은 작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기 때문이지요. 자, 주일날 만납시다. 그리고 '도'만 부르던 그 빨간 나비 넥타이의 바리톤에게도 하나님의 은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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