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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인생의 책3 - 신영복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 2013년 07월 28일
작성자 나눔

내 인생의 책3 -신영복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

 


사람마다 자신의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한 번 이상 여러 번 읽는 책이 있을 것입니다. 제게도 그런 책들이 여러 권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신영복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1996,신영복,돌베개)입니다. 국토와 역사의 뒤 안에서 띄우는 엽서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신영복선생님이 우리 나라 국토의 나름대로 사상적으로 역사적으로 의미를 지닌 장소들을 찾아가서 그 장소와 관련된 인물이나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들에 관한 당신의 사색이나 가치판단 내지 현대적 의미와 가치를 그리 길지 않은 함축적인 글로서 풀어낸 책입니다. 당신께서 직접 찍은 사진들도 곁들여서 독자와 저자가 마치 얼굴을 맞대고 역사에 대해서 사상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들게 하는 책입니다. 저는 전공이 지리교육이라서 국토의 특정한 장소를 답사하며 그 장소와 관한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와 같은 형식의 책이 더욱 더 재미있고 가치있고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한국사상사적으로 가치를 지니는 인물들에 대한 가치판단과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내어 정치,경제,사회,역사적인 한국사상사,철학사적인 내용들도 담고 있습니다. 특정 지리적 장소에서의 역사이야기를 통해서 현대적 과제의 문제들과 이 문제들의 해결방안에 대한 사색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합니다. 사실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들인데 이런 주제들을 쉬운 문장과 특유의 경어체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의 생각과 삶에 대해서 성찰하고 돌아보고 올곧은 자기철학의 수립과 삶의 변화를 위해 묵묵히 결단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첫마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킬 목적으로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이 책을 읽어왔습니다. 그만큼 길지 않고 쉬우면서도 영혼을 살피도록 돕고 양심을 각성시키는 뜻을 함축하고 사색의 여백이 있는 시적 산문이기 때문입니다.


신영복선생님은 1968년 통혁당사건으로 20년 감옥살이를 하셨고 감옥생활을 자신의 제 2의 대학시절이라고 말씀하시며 감옥에서 만난 민초들과의 관계 속에서 민초들에 대해서 가슴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민초들에 대한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20년 걸렸다고 말씀하시며 가슴으로의 사랑이 중요함을 강조하시지요. 신영복선생님의 책으로 처음 접한 책은 이러한 성찰들을 엽서에 담아서 가족들에게 보낸 내용들을 가지고 책으로 만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88,신영복,햇빛출판사)입니다. 보통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모순이나 어둠을 주로 강조하는데 반해서 신영복선생님의 이 책은 세상을 보다 정의롭게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인격과 삶의 모순에 대해서 먼저 자각하며 성찰하여 자기부터 바꾸고 혁신할 것을 요구하는 그 당시에는 드문 주제의 책이었습니다.


시대를 앞서서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관계론에 입각해서 인격이나 품성과 관련된 영성을 강조한 책이었습니다. 20대초반시절에 이 책을 읽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자기관리와 인격의 도야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지성인에게 있어서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신영복선생님의 책 중에서 또한 감명있게 읽은 다른 책은 두 권짜리인 “더불어 숲”(1998,신영복,중앙M&B)입니다. 제목의 연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전작인 “나무야 나무야”의 세계판입니다. “나무야 나무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세계 6대주의 역사적으로 의미를 지니는 장소들을 방문하여 그 장소들과 관련된 세계사적인 역사이야기와 신자유주의체제하의 세상에 대한 문명비판적인 내용들을 쉽게 재밌게 이야기로 풀어내어 이 땅의 지성인들로 하여금 보다 세계적인 시야에서 연대적인 입장에서 세계사의 주제들에 대해서 현대적 과제들,문제들과 이의 원인이나 해결방안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사색하고 성찰하고 모색하도록 독자들을 인도하는 책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신 바탕에서 한국사상사적,철학적,인문학적인 지성과 교양을 배경으로 신영복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는 우리 각자의 철학과 삶에 대해서 공동체적으로는 우리 사회와 민족 사회 나아가 지구촌 공동체의 21세기 대안적인 사상과 공동체와 삶에 대해서 성찰하고 사색하고 모색하도록 유도합니다. 신영복선생님은 우리 시대의 사상가적인 반열에 오르신 지성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읽고 영향을 받은 선생님의 책은 나의 동양고전독법 “강의”(2004,신영복,돌베개)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사상적인 유산이 모두 다 파괴되고 전후의 가난으로 인해서 무시되던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선생님은 감옥에 들어와서야 비로서 이 땅의 사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동양사상과 철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고백하십니다.


“강의” 책을 통해서 선생님은 근대화의 추진이래로 무시되거나 간과되어왔던 동양사상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유불선사상을 고전들의 강독과 현대적 독창적 재해석을 통해서 그 진수를 독자들에게 마치 강의하듯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중등학교나 대학시절 동양고전을 접하거나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 재학시절 김용옥선생님이 대학로에서 운영하시던 도올서원에 찾아가서 동양고전중에 하나인 “주역”을 배워보기도 했지요. 가치판단 이전에 접해보고 읽어보기나 해야할텐데 근대화이후 사상적으로 지식적으로 서양문화에 거의 포섭되다 시피한 현실에서 공식적 강의를 통해서 이런 기회를 갖아보기가 힘들었지요. 경제성장위주의 근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과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로 특징지어지는 서양사상이 더 이상의 철학이나 체제나 개인적 공동체적 대안적 삶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동양사상과 동양고전에서 무엇인가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하는 사상적 모색은 나름대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지적인 노력이라고 봅니다.


“강의” 책을 통해서 동양고전들에 대해서 그간의 편견을 버리고 사상적으로 가치있고 의미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접하고 사색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특히 자구나 문구에 매이지 않고 21세기 우리사회나 인류공동체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창의적으로 동양고전의 내용과 접목시키고 재해석하고 재적용한 것은 참 인상적이었고 동양고전이나 동양사상이 결코 과거 전통에 매인 박제화된 지식이나 고리타분한 보수적 내용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분단체제 속에서 21세기 한반도평화와 동북아평화 나아가 자주적,평화적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과제와 신자유주의경제사회체제의 어둠 속에서 지구온난화와 같은 여러 환경문제들과 실업과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문제,빈곤과 기아와 질병과 인권과 자원고갈과 인종적,종교적,민족적,이념적 갈등과 분쟁 등의 많은 문제들에 직면해 있는 지구촌인류공동체적 과제를 이 땅의 시민들과 세계시민들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소통과 연대의 방식으로 이런 과제들을 보다 지혜롭게 해결해 나

가야 할 것입니다.


세계평화,지속가능한 세계,더불어 행복한 세상의 창조를 위해서 이 땅의 시민들과 세계시민들이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자기철학과 사상을 수립하고 대안적인 삶을 창조해야 하며 대안적인 사상과 대안적인 경제사회체제를 창조해야 합니다. 신영복선생님의 위에서 소개한 책들은 그와 같은 대안들의 창조를 위한 성찰과 모색과 사색 나아가 공부와 연구와 연대적 실천들에 귀한 동기를 부여하고 사색과 공부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어느덧 70대로 접어드신 신영복선생님의 뒤를 이어 이 땅의 젊은 지성들이 고귀한 목적을 지닌 공부를 계승하여 민족사적 과제들과 세계사적 과제들의 해결에 씨를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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