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상처의 문 - 박노해 2013년 07월 23일
작성자 임성은

내 마음밭이 거칠었습니다
내 영혼이 낮은포복하고 있습니다
어둔 강가에 세워진 나목처럼
겨울로 가는 찬바람을 그냥 맞습니다

아 지금 나의 침묵의 패배의 무게에 짖눌려
얼음강 짜개지는 신음입니다

하늘은 밤을 세워 벗어내리고
세상은 온통 순백입니다
이제는 내 거친 마음밭 감추지 말고
있는 그대로 열어 보이게 하십시오
삽과 호미 든 사람들 불러들여
마음껏 찧고 갈아엎게 하십시오

아픈 내 상처의 문
눈물 훔치며 열어두었나니
힘들여 내 마음밭도 갈아엎었나니
당신의 숨결로 부드럽게 골라주어 거기에
강인한 사랑의 싹이 움터오르게 하십시오

피 흐르는 나의 상처가
내 마음의 문을 닫아걸게 하지 말고
그 상처의 문을 통해 더 많은 일치와
더 굳센 연대가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찍혀진 상처만큼 뜨겁고 새푸른
순결한 나의 투혼이 살아오르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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