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부활에 관한 신앙시들 2013년 05월 09일
작성자 나눔

부활절에

김현승

 

당신의 핏자욱에선

꽃이 피어 사랑의 꽃이 피어

땅 끝에서 땅 끝까지

당신의 못자욱은 우리를

더욱 당신에게 열매 맺게

합니다

 

당신은 지금 무덤밖

온 천하에 계십니다

두루 계십니다

당신은 당신의 손으로

로마를 정복하지 않았으니

당신은 그 손의 피로

로마를 물들게 하셨습니다

당신은 지금 유태인의

옛 수의를 벗고

모든 4월의 관에서 나오십니다

 

모든 나라가

지금 이것을 믿습니다

증거로는 증거할 수 없는 곳에

모든 나라의 합창은

우렁차게 울려 납니다

해마다 3월과 4월 사이의

훈훈한 땅들은

밀알 하나가 썩어서

다시 사는 기적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부활절 아침의 기도

박목월

 

주여

저에게

이름을 주옵소서

당신의

부르심을 입어

저도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주여

주여

주여

태어나기 전의

이 혼돈과 어둠이 세계에서

새로운 탄생의

빛을 보게 하시고

진실로 혼매한 심령에

눈동자를 베풀어 주옵시오

 

나라는

이 완고한 돌문을

열리게 하옵시고

당신의 음성이

불길이 되어

저를 태워 주십시오

그리하여

바람과 동굴의 저의 입에

신앙의 신선한 열매를 맺히게

하옵시고

당신의 부르심을 입어

저도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주여

간절한 새벽의 기도를 들으시고

저에게 이름을 주옵소서.

 

 

부활절에 드리는 기도

피천득

 

이 성스러운 부활절에

저희들의 믿음이

부활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당신의 뜻에 순종하는

그 마음이 살아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권력과 부정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정의와 사랑을 구현하는

그 힘을 저희에게 주시옵소서.

 

 

내 믿음의 부활절

유안진

 

지난 겨울

얼어죽은 그루터기에도

새싹이 돋습니다

 

말라 죽은 가지 끝

굳은 티눈에서도

분홍 꽃잎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저 하찮은 풀포기도

거듭 살려내시는 하나님

죽음도 물리쳐 부활의

증거 되신 예수님

 

깊이 잠든 나의 마음

말라죽은 나의 신앙도

살아나고 싶습니다

 

당신의 살아나신

기적의 동굴 앞에

이슬 젖은 풀포기도

부활하고 싶습니다

 

그윽한 믿음의 향기

풍겨내고 싶습니다

해마다 기적의

증거가 되고 싶습니다

 

 

유년의 부활절

손희락

 

배고팠던 어린 시절

십자가 빛나는 삶은 계란

햇볕 드는 책상 위에

모셔 놓고

노란 병아리 탄생을

기도했었다

졸린 눈 비비며

몇 번씩 확인하며

껍질 깨지기를 기다렸다는 것은

부홀에 대한 확신을

가진 증거이지만

긴 세월 예수를 믿었어도

그 때의 믿음만큼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

이번 부활절엔

유년의 신앙 회복하고 싶다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부활단상

이해인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이 새봄에

저도

완고함

딱딱함

고집스러움을 버리고

 

새로 돋아나는 연둣빛

잎사귀처럼

연하게

부드럽게

너그렇게

변화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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