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마지막) 2013년 05월 05일
작성자 나눔

삶과 죽음

윤동주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

뼈를 녹여 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하늘 복판에 알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를 자가 누구뇨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같이도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 위인들!

 

 

위로

윤동주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보다기 바르게

 

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오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구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단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밖에 위로이 말이

없었다.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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