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요놈 요놈 요이쁜놈(천상병) 2013년 04월 25일
작성자 나눔

최저재산제를 권합니다

천상병

 

세계평화 위해서도

사회복지 위해서도

필자는 최저재산제 권합니다

 

최저임금제 있잖아요?

최저한도의 임금을 말하는데

왜 최저재산제가 있을 수 없어요?

박정희 정권때

박장군 쿠데타 모의때

여러가지 인쇄물을 담당한

이모라는 실업가가

박정권 성공 후의 비호를 받아

5백억환의 재산을

모았다는 보도에 접하여

나는 아연실색한 일이 있어요!

 

미국같은 선진국에서는

부자는 부자대로 많은 재산을

대학이나 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

끊임없이 기부하면서

사회환원을 기어코 한다는데

우리나라서는 그러지 못해요!

 

그래서 필자가 말씀드리는 것이

이 최저재산제입니다요!

 

한 10억원정도로

사유재산고를 제한하는 것이

앞으로 유익한 자유주의체제가 될 것이며

 

이북 동포들의 제국주의 소리도 줄 것이고

일반 노무자들도 큰 혜택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세계에서 제일 작은 카페

천상병

 

내 아내가 경영하는 카페

그 이름은 '귀천'이라 하고

앉을 의자가 열다섯석 밖에 없는

세계에서도

제일 작은 카페

 

그런데도

하루에 손님이

평균 60여명이 온다는

너무나 작은 카페

 

서울 인사동과

관훈동 접촉점에 있는

문화의 찻집이기도 하고

예술의 카페인 '귀천'에 복 있으라.

 

 

아기비

천상병

 

부실부실 아기비 나리다

술 한잔 마시는데 우산 들고 가니

아기비라서 날이 좀 밝다

 

비는 예수님이나 부처님도 맞았겠지

공도 없고 사도 없는 비라서

자연의 섭리의 이 고마움이여!

 

하늘의 천도따라 오시는 비를

기쁨으로 모셔야 되리라

지상에 물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것을.

 

 

행복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나는 행복합니다

천상병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세살이니

부지런한 게 싫어지고

그져 드러누워서

KBS 제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

 

텔레비전의 희극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랄병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행복은 충족입니다

나 이상의 충족이 있을까요?

 

 

새소리

천상병

 

새는 언제나 명랑하고 즐겁다

하늘밑이 새의 나라고

어디서나 거리낌 없다

자유롭고 기쁜 것이다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새소리다

그런데 그 소리를

울음소리일지 모른다고

어떤 시인이 했는데 얼빠진 말이다

 

새의 지저귐은

삶의 환희요 기쁨이다

우리도 아무쪼록 새처럼

명랑하고 즐거워하자!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새소리이다

그 소리를 괴로움으로 듣다니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놈이냐

 

하늘 아래가 자유롭고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새는

아랫도리 인간을 불쌍히 보고

아리랑 아리랑 하고 부를지 모른다.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