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한용운 2013년 02월 11일
작성자 나눔

선사의 설법

한용운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고 선사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이운 것이 아프기는 하프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는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 드렸습니다.

 

 

찬송

한용운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가 되도록 천국의 사랑을 받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볕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가 무겁고 황금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과 평화를 좋아하십니다

약자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의 보살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바다의 봄바람이여.

 

 

생의 예술

한용운

 

모른 결에 쉬어지는 한숨은 봄바람이 되어서 여윈 얼굴을

비치는 거울에 이슬꽃을 핍니다

나의 주위에는 화기라고는 한숨의 봄바람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수정이 되어서 깨끗한 슬픔의 성경을

비칩니다

나는 눈물의 수정이 아니면 이 세상에 보물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한숨의 봄바람과 눈물의 수정은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정의

추수입니다

저리고 쓰린 슬픔은 힘이 되고 열이 되어서 어린 양과 같은

작은 목숨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님이 주시는 한숨과 눈물은 아름다운 생의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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