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말구유에 나신 주 2012년 12월 26일
작성자 나눔

말구유에 나신 주

함석헌

 

거룩하신 생명님 하늘 영광 버리고

어디 갈 곳 없어서 이 땅 위에 오셨나

교만한 맘 이러다 영광 잃고 티끌 속

빠져드는 이 인생 거지시려 오셨네

 

전능하신 생명님 넓은 천지 버리고

어디 갈 곳 없어서 베들레험 나셨나

믿는 마음 잃고서 지혜 찾아 병들어

적어가는 이 인생 고치려고 오셨네

 

영원하신 생명님 크신 전당 버리고

어디 갈 곳 없어서 나그네 집 나셨나

제 살림을 해보자 아버지 집 버리고

헤매이는 이 인생 찾아오시려 오셨네

 

무한하신 생명님 높은 보좌 버리고

어디 갈 곳 없어서 말구유에 나셨나

참 맘 잃고 거짓해 속의 등불 꺼지어

어두워진 이 인생 밝히시려 오셨네

 

세계에도 이 조선 이  마을의 이 장막

이 장막도 쫓겨나 해 저무는 이 저녁

말구유 같은 내 맘에 생명의 님  오시니

드릴 말씀 없어서 눈물지며 섭니다.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