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는 때가 있다 2012년 12월 01일
작성자 나눔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는 때가 있다

도종환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시가 되는 때가 있다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마다 노래가 되는 때가 있다

이 세상 많은 시인들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리칼을 흔드는 시를 만나는 때

가 있다

뜨겁게 흐르는 것들이 서늘히 이마를 씻어주는 시들

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 달씩 두 달씩 시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 세상의 많은 시인들도 그러할 것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더 바쁘게 읽고 쓰곤 하였지만

시를 만나는 날이 멀어지는 때가 있다

조금은 풀죽은 모습으로 웃어넘기곤 하였지만

시를 버리고라도 더 중요한 것을 찾아

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슨 다른 까닭이 있을 것이다

제 가슴의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잃어가고 있기 때

문이거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먼저 시를 버리고 있

었는지도 모른다

시가 먼저 우리를 배반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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