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라이언 킹 2012년 05월 18일
작성자 장혜숙

 

떠도는 코메디가 아니고 실제 있었던 일, 정말 웃기는 일이었지만 적지않은 깨달음이 있었던 일이다.

얼마 전 가끔 가는 죽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끼니 때가 아니니 손님은 한 명도 없고 죽집 아주머니는 친구분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내가 주문한 죽을 준비하러 주인은 주방으로 들어가고, 친구분은 언제 것인지 모를 신문을 뒤적거리셨다.

식당에 앉은 친구분과 주방에서 죽을 데우는 주인의 대화내용이다.

라이언 킹이 뭐래?”

사자가 왕이라는 뜻이지. 라이언은 사자, 킹은 왕이라는 뜻이잖아.”

호랑이가 동물의 왕이라고들 하는데 사자가 동물의 왕인가…?”
그럼, 사자도 동물의 왕이 되지. 호랑이나 마찬가지지.”

 

식당과 주방에서 주고받는 대화니 목소리도 높이며 큰 소리로 하신 이야기 내용이다.

<라이언 킹>

나는 웃을 수도 없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도 어렵고, 찬물을 천천히 마시며 웃음을 참느라고 애썼다.

 

내게 죽을 내다준 후 두 분은 다시 다른 대화를 시작했고, 웃음이 진정된 나는 천천히 죽을 떠먹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상황이 왜 그렇게 우스운 것일까? 다른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알고있는 <라이언 킹>이라는 이야기를 죽집의 두 분들이 전혀 모른 채 엉뚱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웃음이 폭발하려 했던 것이다.

내가 아는 사실과 동떨어진 해석 때문에 나는 웃음을 참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그 분들이 <라이언 킹>을 모르는 사실이 그렇게 웃을 일이란 말인가? 그런 이야기 몰라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을.

 

가족들과 한 식탁에서 나는 죽집에서 있었던 라이언 킹에 대한 상황을 이야기했고, 우리 식구들은 역시 크게 웃었지만, 어느 상황에서는 우리가 그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데는 모두가 동감을 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부분은 얼마나 많으며, 내가 아는 것은 얼마나 지극히 적은 부분인가, 어느 자리에서 나는 죽집 아주머니처럼 또 하나의 <라이언 킹> 코메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어느 자리에선가 그 자리의 문외한으로 연출해내는 나의 <라이언 킹> 코메디를 만난 사람들은 죽집에서의 나처럼 웃음을 참느라고 애쓰겠지………

 

내가 아는 것을 가늠해보면 많은 것도 같고, 좀 더 꼼꼼히 셈을 해보면 안다고 꼽을 수 있는 분야가 극히 적은 것도 같고, 그렇게 따져 들어가보면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바보일 뿐이다.

 

죽집 아주머니, 그리고 친구 분께 사과드린다. 아주머니, 죄송해요. 제가 웃음이 나왔던 것은 아니 그것도 모르나 하는, 당연히 <라이언 킹>쯤은 다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인데 그것도 모르는구나 하는 그런 마음에 웃음이 나왔던 것 같아요. 무시하고 얕잡아 본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웃겼을 뿐인데, 어쨌든 두 분을 상대로 웃어서 죄송해요.

 

나는 날마다 여기저기서 <라이언 킹 코메디>를 연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이제 누가 무엇을 모르더라도 웃지 않을 것이다.

 

(<라이언 킹>은 디즈니 만화영화의 제목이고, 사자가 동물의 왕이라는 뜻은 아니다.)

 

 

목록편집삭제

권혁순(12 05-20 11:05)
"좋아요" 버튼이 있으면 누르고 싶네요...
삭제
김재근(12 05-21 07:05)
말씀 잘들엇읍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