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천상병시인님의 봄시들. 2012년 04월 13일
작성자 봄빛

봄빛

천상병

 

오늘은 91년 4월 14일이니

봄빛이 한창이다

 

뜰의 나무들도

초록색으로 물들었으니

눈에 참 좋다

 

어떻게 봄이 오는가?

그건 하느님의 섭리이다

 

인생을 즐겁게 할려고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거다.

 

 

4월 정의

천상병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지만

419를 비롯하여

4월은 불의에 항거하는 달이다

 

꽃도 한창이고

사람들은 생기에 차서

하는 일마다 복되다

 

또 4월은 사랑의 계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4월을 제일 좋아하니까 말이다.

 

 

봄1

천상병

 

봄이 왔다 봄이 왔다

온 강산에 봄이 왔다

 

들에는 싱그러운 바람이 불고

산에는 꽃이 피기 시작한다

 

우리 집에도 봄이 오고

딴 집에도 봄이 왔다

 

봄이 왔다 봄이 왔다

온 강산에 봄이 왔다.

 

 

봄2

천상병

 

산하에 봄이 왔다

하늘에도 봄이 왔다

 

육체에도 봄이 오고

정신에도 봄이 왔다

 

통틀어 다 봄이다

내 마음은 부풀다

 

아버지 무덤에도

봄이 오고

 

어머니 무덤에도

봄이 왔다

 

온 겨울내 기다리던 봄이

큰소리치며 활기차게 왔다.

 

 

봄바람

천상병

 

봄철이 되어

봄바람이 쏴 분다

세상이 온통 날라갈 것만 같다

 

어쩌면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스리 풀려 나올 것 같다

 

쉽게 말해서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봄바람이 한가하게 불었으면 한다.

 

 

봄비

천상병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온다

 

따사로운 이 감촉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풀어주시는 큰 은총이다

 

봄비는 소리없이 오는 것 같다

부드럽고 촉촉한 봄비여

온화한 기분으로 맞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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