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무지한 해석 2011년 11월 07일
작성자 장혜숙

우선, 나의 글이 신학이나 종교학이나 그런 학문적 해석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또한 현명한 이해다, 무지한 몰이해다, 이런 식으로 읽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냥,

그냥 아주 순순하게 내가 느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할 뿐이다.

어쩌면 나의 감성이랄 수도 있겠다.

 

주일날 성경말씀 낭독을 듣는 순간 느낀 생각들이다.

말씀은 마태복음 25 1~13 열 처녀의 비유.

어리석은 처녀와 지혜로운 처녀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은 지금 이 세상에서 어리석은(?) 참 인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성경의 올바른 해석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신랑을 맞으러 나온 처녀들이 등불만 들고 기름을 준비해오지 않은 미련한 일을 저질렀는데, 슬기롭게도 기름까지 준비해온 처녀들이 그 미련한 처녀들에게 너희에게 기름을 나누어주면 너희에게나 우리에게나 다 모자랄 테니 차라리 가서 기름을 사오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매몰찬 현실을 보는 듯하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 혼인잔치의 문이 닫혀버렸는데, 슬기로운 처녀들은 무사히 문 안으로 들어가 신랑을 맞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

기름을 준비한 지혜에 감탄하기 보다는, 자기들만 쏙 들어가버린 그 처녀들에게서 느껴지는 찬바람에 나는 참 쓸쓸해진다. (내가 이 시대의 아웃사이더인가….) 생각을 한 번 더해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따뜻한 사람이 그립다. 약간은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그립다.

 

기름이 떨어져서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 나머지 처녀들이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며 자기의 기름을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이 그립다. 그렇게 하여 자기 조차도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없다해도, 그 사리를 분별치도 않은 채 우선 기름을 나눠주고 보는 그런 어리석은 자의 모습이 보고싶은데…….. 그렇게 따뜻하고 어리석은 사람의 정이 그립다.

때를 알지 못해, 그 자리를 지키지 않고 기름을 사러 갔던 처녀들이 문좀 열어달라고 애원하면 빙그레 웃으며 문을 열어주는 예수님의 모습도 그려본다.

얘들아, 너희들의 등불이 꺼지더라도 여기 기름을 준비해 온 사람들이 있으니 그 곁에 있으면 어둠은 피할 수 있지 않겠니? 다음엔 기름을 꼭 준비해오거라.” 하면서 자애로운 미소를 띠며 문을 슬쩍 밀어서 열어주는 예수님의 모습이 보인다.

오히려 기름을 준비해와 저희들만 혼인잔치에 들어간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이 친구들이 기름을 사러간 사이에 문이 닫힐 수도 있으니, 그러면 이 친구들이 너희와 함께 들어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구나. 이 친구들이 얼른 오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도 없었느냐?” 이렇게 꾸짖는 모습도 상상해본다.

모두가 다 나 혼자 쓰는 시나리오지만 말이다.

 

때를 알지 못하니 늘 깨어있으라는 비유의 의미를 풀어보고, 연구하고, 공부하고, 그러고 정신이 펄쩍 들어서 믿음의 두께를 더 두껍게 하기 이전에, 나는 신앙인이기 이전에,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그냥 평범한 한 인간으로 찬 바람 불어오는 이 가을에 따뜻함이 그립고, 똑똑한 사람들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약간은 어리숙한 사람이 그립다.

 

내가 미련한 처녀일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나에게 기름을 나눠주는 사람, 기름 사러가서 오지않는 나를 혼인잔치 문이 닫힌 후에까지도 기다리고 서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립다.

기름 준비도 않고 등불만 들고 나선 나에게 빙그레 웃으며 어깨에 손 얹어주시고 토닥여주며 슬며시 문열어 주시는 예수님이 그립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갈망하는 그 분의 그런 모습과 만난다.

 

겨울의 문턱이라서, 경전에 무지해서, 신앙심이 얕아서, 오늘 나는 따뜻한 사람의 손길, 어리숙한 자의 선한 눈빛, 자애로운 예수님의 미소를 그리고 또 그려본다.

어떤 길을 어찌어찌 돌아, 돌고 또 돌아 끝내는 그 분과 만날 것을 믿으며 입동의 찬 바람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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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남(11 11-19 08:11)
비유는 때에따라, 어떤사람들에게, 그 어떤 방법으로 말씀하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핵심적인 말씀이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하는것이라고 생각해야되는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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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남(11 11-19 09:11)
권사님 죄송합니다, 말씀을 이해못하신것이아니고 따뜻한가슴, 어수룩하지만 품어줄수있는
사람됨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읽습니다, 나도 이 비유를 맞지않는것 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또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 도 내게는 잘 이해못하는 비유 이였습니다. 낙엽은지고 스산한바람이부는 이곳, 심보재에서 자비로우신 주님의품이 그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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